"정권 눈치 보는 이사들, KBS 망친다"

'낙하산 저지' 투쟁 나선 KBS 새노조 김현석 위원장


   
 
  ▲ KBS 새노조 김현석 위원장  
 
파란만장한 5년이었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뒤, 아니 정확히는 KBS가 ‘거수기’ 이사회와 공권력에 의해 초토화되었던 2008년 8월 8일 이후, 김현석 위원장의 삶은 수난의 연속이었다. 파면, 해임, 좌천, 정직. 이보다 더 한 일이 있을까 싶은데 그는 다시 머리카락을 깎고 곡기를 끊은 채 긴 싸움에 나섰다.

지난 2일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의 ‘낙하산·부적격 사장 저지 결사투쟁’ 선포식. 감기 탓에 이미 핼쑥해진 김 위원장의 얼굴 위로 머리카락이 투두둑 떨어지자 장내 분위기가 일순 숙연해졌다. 이내 파르스름한 머리를 드러낸 김 위원장은 “4년 반 동안 지겹게 지고 짓밟혀 왔다”며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이번 싸움은 지지 않겠다. 조합원들에게 더 이상 열패감을 안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KBS 신관 2층에 차려진 천막 농성장에서 무기한 단식투쟁에 들어갔다. 올해만 두 번째 단식이다.

삭발과 단식 투쟁은 그가 먼저 제안했다. 반대도 많았다. 그러나 그는 “뭐라도 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그는 “이번 싸움 하나 잘못하면 그동안 싸운 성과들이 모두 없어질 거란 위기감이 들었다”면서 “집행부가 선제적으로 투쟁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의 머리카락이 잘린 날, KBS 이사회 여당 이사들은 9일 사장 후보 면접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김 위원장은 이를 두고 “여당 이사들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 같다”며 “여론 눈치 보기, 혹은 정권 오더가 아직 안 내려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건 정권의 뜻”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감사 하나 선임할 때도 정권의 눈치를 살피는 게 공영방송 이사라는 작자들”이라며 “(정권에서) 빨리 선임하라는 신호를 주면 밀어붙일 테고, 대선을 앞두고 시끄러워져서 불리하다는 판단이 들면 연기하거나 대화하려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권이 누구에게 갈지 모르는 상태에서 KBS 이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하나, 어느 정권이든 용납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며 “여야 이사들이 특별의사정족수에 합의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합원들 내부에는 이미 끝난 게 아니냐는 패배감도 존재한다. 김 위원장은 “쉽게 자포자기해선 안 된다”며 “싸워서 이기고 싶고 이길 수 있다. 반드시 이기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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