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일 파업의 열정, 한순간도 잊지 않겠습니다"
고일환 연합뉴스 신임 노조위원장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 입력
2012.10.10 15:3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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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일환 노조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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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제25대 노조위원장으로 5일 선출된 고일환 기자의 또다른 모습은 ‘음악 마니아’다. 그가 지난달 써낸 소설 ‘광명성 블루스 밴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결성한 미지의 그룹 ‘광명성 악단’을 쫓는 기발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제 연합뉴스 조합원들은 그가 이 책에서 보여준 열정과 상상력이 승화돼 연합뉴스의 어둑한 밤길을 비춰주는 보름달이 돼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순둥이’ 연합 기자들이 23년 만에 결행한 파업, 그것도 역대 최장기인 103일간의 파업이었다. 그래서 그 파업 이후의 항해는 더욱 중요하다. 그 조타수가 된 고일환 위원장의 어깨도 무거워보였다.
“파업의 목표를 100%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성공한 파업이었고 승리한 파업이었습니다. 전임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이뤄놓은 성과를 실수없이 반석에 올려놓도록 ‘견마지로’를 다할 생각입니다.”
그는 파업에 돌입했던 지난 3월 전만 해도 자신은 ‘눈에 띄지 않는 조합원’이었다고 했다. 집행부를 맡아본 적도 없다. 누구 앞에 특별히 나서본 적도 없었다. 그러나 파업은 그의 일상을 바꿔놓았다.
“정말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파업을 거치면서 물음표는 느낌표로 바뀌었다. 바로 옆의 동료의 어깨가 이렇게 든든한 것인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그동안 타협하고 무신경했던 여러 가지 부조리와 모순에 목소리를 높이는 ‘나’를 발견했다. ‘25대 위원장 고일환’이 탄생케 된 힘이었다.
자신은 물론 연합뉴스 구성원들에게 파업의 기억이 소중한 만큼 고 위원장은 파업을 이끈 연합 기자들의 정당한 분노가 냉소로 바뀌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게시판에 올린 글 때문에 징계 대상이 된 선배들을 보며 후배들은 눈을 의심했다. 일선 기자들의 공정보도 의지는 눈에 띄게 달라졌지만 기사의 불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파업의 대단원을 내리게 한 ‘노사의 약속’은 과연 지켜질 것인지 위기의식이 일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연합의 운명은 안갯속이다.
“파업 이후에도 크게 변한 게 없다. 확실한 것도 없다. 연합은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조합원들의 탄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이런 연합의 미래에 대한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 “굽힌 곳을 바로 펴고, 썩은 곳을 도려내고, 망가진 곳을 고쳐나가기 위해 꾸준히 감시하고, 지적하고, 압박하는 위원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고 위원장은 조합원들에게 호소했다. “앞으로 1년간이 연합뉴스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입니다. 미래는 현재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파업 103일간 보여준 힘을 열정을 잃지 말고 다시 한번 연합뉴스의 미래를 만들어갑시다.” 사측에 대해서도 “연합에 대한 애정이 우리와 다르지 않다면, 노조의 지혜를 존중하고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이라고 믿는다”는 말을 남겼다.
대선과 정권교체기라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앞두고 임기 첫날을 맞은 고일환 위원장. 연합뉴스 앞에서 떠나지 않는 수식어 ‘국가기간통신사’, 그리고 지난 103일에 대한 책임감은 남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