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강을 연어의 모천으로
제26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 / 부산일보 박세익 기자
부산일보 박세익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0.10 15: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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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일보 박세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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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급한 일이 많은데 또 환경이야. 강? 연어? 벌써 지나간 트렌드 아닌가. 수영강, 온천천도 그만하면 됐지 뭐.”
수영강을 되살리자는 아이템을 놓고 심층기획팀 안팎에서 터져 나온 얘기들에 주눅 들고 말았다면? 생각하면 아찔한 순간이다.
부산에서 가장 큰 지방하천 수영강과 그 지류 온천천에는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고 있었다. ‘돈 먹는 하마’ 같았다. 그런데 모두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 정작 강물은, 그 속에 사는 생명은 고사 직전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분류식 하수처리나 비점오염원 제거에는 한없이 미온적이었다. ‘정치적인 효과’가 떨어진다는 야속한 판단이었다. 무늬만 생태하천이었다.
철저하게 ‘현장’과 ‘대안’에 천착했다. 일시적인 비판 보도로는 승부를 걸 수 없었다. 연어전문가, 향토사학자, 토목공학자, 환경운동가 등 지역 전문가 8명이 기획 취지에 공감하며 ‘수영강 특공대’에 기꺼이 동참했다.
기자를 비롯한 심층기획팀 이재희 팀장과 이자영 기자는 자문단과 함께 두 다리로, 자전거로, 혹은 배를 타고 수도 없이 수영강과 온천천을 헤매고 다녔다.
국내에서 오염된 강을 자연하천으로 되살렸거나 연어가 돌아오는 강, 그리고 연어 양식장을 모조리 훑었다. 캐나다와 미국 시애틀, 일본 홋카이도까지 찾아가 ‘수영강의 길’을 물었다. 이를 종합해 앞으로 민·관이 실천해야 할 ‘액션 플랜’을 과감히 제시했다.
마음을 울리는 끈질긴 보도의 힘은 대단했다. 부산시는 ‘수영강 생태복원 2020 프로젝트’를 내놓고 본격적으로 수영강 살리기에 나섰다. 시민대토론회도 열었다. 시는 나아가 환경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앞으로는 ‘생태성 복원의 질적 개념’을 도입한 정책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부산일보 편집국은 정수장학회 문제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잇따른 징계와 소송의 와중에서도 애정을 쏟아준 이정호 편집국장과 이상민 사회부장을 비롯한 편집국 가족들의 지지와 격려는 가장 힘찬 동력이 되었다.
갈 길은 아직 멀다. 숙제가 계속 남아 있다. ‘(가칭)수영강 시민 포럼’을 제대로 출범시키고, 의미 있는 민·관 협치가 성사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취재팀은 곧 시민, 전문가와 함께 양양 남대천 등지를 다시 둘러볼 계획이다. 수영강을 토론하는 밤을 또 수없이 보낼 것이다. 연어가 돌아오는 수영강에서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노는 그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