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원 국비 사업 무용지물

제264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 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지난 10여 년간 천억 원이 넘는 국비를 들여 물관리자동화시설을 도입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상당수가 부실한 설비를 들이고 방치해 두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사업주체인데 일부 지사에서는 아는 후배 회사에게 공사권을 줬다 적발된 경우도 있었고, 공사권을 업체끼리 매매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도 감시하지 않는 ‘혈세’ 사업은 결국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취재 중 가장 어려웠던 점은 농어촌공사의 은폐였습니다. 현장 검증을 위해 취재를 요청할 때마다 담당자는 출장 중이라며 아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시설을 직접 보고 싶었지만 작동 방식과 현장 위치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곤혹스러웠습니다.

주변 취재부터 들어갔는데 운이 좋게도 이 사업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많은 담당자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퇴직한 직원과 현 직원, 관련 업계 관계자 등 의식이 깨어있는 많은 제보자들이 용기를 내 준 덕분에 취재가 가능했습니다.

결정적인 단서는 내부 직원의 증언에서 나왔습니다. 시설을 보수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직원이었는데 이 직원은 사업과 시설 부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몇 번을 찾아가 설득한 끝에 시설 부실 내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고 현장 취재를 갔을 때도 취재진이 시설 부실을 제대로 검증해 낼 수 있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취재를 나간 시설 담당 직원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저의 취재로 자신의 승진 길이 막혔다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들에게 낯을 들 수 없었다는 직원도 있었습니다. 조용한 회사에 취재진이 다녀가서 풍비박산이 났다는 말도 했습니다. 다른 시설도 대부분 부실한데 자기들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감시 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했고, 감시받지 않는 눈먼 돈은 유용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취재였습니다.
또 자기들만 잘못 걸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곳곳에 부패와 부실을 찾아 보도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보도가 나갈 수 있게 어려운 제보를 해준 관계자들과 보도국 식구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립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