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민주당 공천헌금 명목 수십억원 투자금 받아
제26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0.10 14:5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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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남상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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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노 매체인 라디오21 양경숙 전 대표의 전격 체포로부터 시작된 민주당의 공천헌금 의혹 수사를 보도함에 있어 어디까지가 의혹이고, 어디부터가 사실인지 판단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지난 총선을 즈음해 공천을 빙자한 돈이 오갔고, 돈을 받은 양경숙씨가 민주당 대표경선과 총선 홍보에 깊숙이 관여했으며 친노 인사들 사이에서는 상당한 이름값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다는 점, 그리고 양경숙씨의 동선 언저리에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민주당의 실세 정치인들이 있었다는 점이 확인됐습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직접 나서 양씨는 물론 양씨에게 돈을 준 투자자들을 체포하고 이들의 집을 압수수색했다는 것과 모든 수사가 극비리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도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양씨가 공천헌금을 핑계로 투자자들에게 돈을 가로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가 1보에서 양씨를 포함한 4명이 대검 중수부에 의해 전격 체포되고, 일단은 공천헌금 혐의를 두고 있지만 투자 사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하는 등 최대한 확인된 사실 위주로만 기사화한 것은 이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일보의 첫 보도가 나온 이후 언론의 관심은 박지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여러 실세 정치인의 연루 의혹을 밝히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실제로 양씨가 박 원내대표와 주고받았다는 비정상적인 횟수의 문자와 통화 내역 등에 비춰 양씨의 배후에 ‘누군가’ 있을 것이란 추측에 힘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수사를 통해 문자메시지 대부분은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 원내대표 등 실세 정치인들에 대한 혐의도 아직까지 제대로 드러난 것이 없습니다. 검찰은 여전히 수사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지만 뭐가 더 나올 것 같은 분위기는 아닙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검찰이나 양경숙씨 주변으로부터 항의를 받거나 단 한 번의 이의 제기가 없었던 점을 뿌듯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도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듯, 취재 수첩 가득히 들어찬 활자가 모두 기사화될 수 없다는 걸 배운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수상은 한국일보가 가장 먼저 단독 보도했다는 점뿐만 아니라, 민주당 공천헌금 비리 의혹 수사를 균형적으로 다루며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의무를 다했다는 격려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향후 수사를 지켜보며 검찰이 어떤 의도로 수사를 하고, 어떤 결과물을 내놓는지에 대해서도 파수꾼 역할을 멈추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