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심 사실상 검찰 100% 완패, 여론압박에 실형 선고했을 뿐”지난해 9월 검찰이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에 대해 후보 매수 혐의로 수사에 착수하면서 언론보도 역시 유례없이 과열 양상을 띤 기억이 생생하다. 언론은 성향별로 갈려 마치 보수·진보의 대리전을 치르는 듯 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난 지금, 곽 교육감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후보를 돈으로 매수해 단일화한 파렴치범으로 기정사실화되는 듯했던 그가 무죄판결을 기대할 정도로 재판 과정에서 ‘팩트’는 그 모습을 상당 부분 드러냈다. 곽 교육감은 자신에게 적용된 ‘사후매수죄’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하기도 했다. 이 인터뷰는 24일 서울시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진행됐다.-‘곽노현 사건’은 사람들에게 동서인 캠프 핵심 당사자끼리 밀약을 하고 후보 사퇴한 뒤 대가를 지불한 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재판을 거치면서 확인된 사실들을 정리해본다면.“검찰이 주장한 사실관계, 혐의는 간단히 이렇다. ‘곽노현이 측근들을 시켜서 사전에 (박명기) 후보를 매수하고 밀약을 했다. (당선 후) 이것을 잡아떼다가 들통이 나자 약속에 따라 사후 이행을 해 2억원을 줬다.’ 아주 전형적인 후보 매수죄로 몰고 갔다.
그런데 묘하게도 검찰은 이걸로 기소하지 않았다. 처음엔 전형적 후보 매수죄, 이른바 ‘1호 사건’이었다. 검찰은 이렇게 1호로 기소할 것처럼 분위기를 잡다가 제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사후매수죄’로 기소했다. 제가 책임질 사전 합의가 없었다는 걸 검찰도 인정한 것이다.
1심, 2심 법원 모두 검찰의 두가지 핵심 혐의 사실을 다 배척했다. 우선 제가 책임져야 할 어떠한 대가 약속도 없었다는 것을, 이른바 매수 합의가 없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두 번째로 제가 준 2억원의 돈은 후보 사퇴의 대가가 아니라는 점을 인정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1심을 ‘화성인 판결’이라며 들고 일어난 거다. 2심은 형량을 올렸기 때문에 검찰이 반발하지 않았지만. 실제로는 검찰의 완패다. 저는 오직 진실과 정직으로 100% 사실관계에서 이겼다.
작은 기적이나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선거운동을 같이 한 오랜 친구들이 이 허물에 관여돼 있다. 그들이 해프닝 성으로 합의를 해준 것이 있었다. 그렇다면 세상 99%가 당연히 이렇게 볼 것 아닌가. ‘그 배후에는 곽노현이 있을 것이고, 곽노현이 최소한 보고받고 승인했을 것이고, 그것에 따라 결국에는 돈을 준 것이다.’
그런데 1심과 2심 모두 사전 매수도 하지 않았고, 제가 직접 책임질 만한 지급 이행도 없었다는 걸 인정했다.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건 제게 책임을 돌릴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저는 새카맣게 몰랐을 뿐 아니라 저 몰래 제 뜻에 반해서 이뤄졌고, 이것을 뒤늦게 알고 나서도 추인할 의사가 없었고, 2억원의 돈은 매수의 이행으로 준 것이 아니라는 점, 그래서 곽노현에게 책임을 돌릴 수 없다는 걸 확인해줬다.”
-검찰이 결국 기소한 죄목인 ‘사후매수죄’에 대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어떻게 판단할까.“사후매수죄가 뭔지 우선 따져보자. 매수라는 용어에는 강한 비난 가능성이 함축돼 있다. 그런데 이걸 매수라고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실제로는 매수라고 부를 이유가 없는 행위다.
사후매수죄란 ‘후보(였던) 자에게 사퇴 대가를 목적으로 돈이나 직을 제공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다. 어떤 대가 약속 없이 자기 임의로 사퇴한 사람이더라도 선거가 끝난 뒤에 딱하거나 특정한 이유가 있어서 돈이나 직위를 줘도 처벌할 수 있다. 사전 매수 약속 없이도 선거가 끝나고 경쟁후보였던 사람에게 어떤 이유로든지 의례적인 수준을 넘는 돈이나 직위를 제공하면 무조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거가 이미 끝난 뒤 (대가 사전 약속 없이) 돈을 주는 행위가 선거 공정성을 해칠 수 있나? 이미 끝난 선거의 공정성을 어떻게 해치나. 이런 처벌 조항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와 일본 밖에 없다. 이게 만약 공정선거의 이념에 반하는 거라면 전 세계에 입법이 됐을 것이다. 금권선거가 판치는 민주주의 저발전국에도 이런 법은 없다.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에만 있을 이유가 없다. 아무리 규범의식이 발달한 사람도 이런 법을 상상할 수 없다.”
말 자체가 코미디인‘사후매수죄’… 한국·일본 모두 사문화-일본법을 차용해서 생긴 것인가?“그렇다. 그냥 베낀 거다. 그런데 53년 동안 국내에서 단 한 차례도 기소 적용된 사례가 없다. 일본에서는 90년 넘게 딱 세 차례 기소된 사례가 있는데 46년 전이 마지막이다. 모든 나라가 선거 공정성을 중시하는데도 안두고 있는 법이고, 그나마 한국과 일본에서도 사문화된 법이다. ‘사후적으로 매수한다’는 말 자체가 코미디같은 난센스다. 우리말로 정확한 ‘모순’이다. 법이 개입할 필요가 없는 영역을 개입하는 거다. 한마디로 ‘기우’다.
그래서 헌재도 몹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합목적성이 없는 법, 쓸데없는 처벌을 낳는 법, 이런 법이야말로 위헌적인 법률이 아닌가. 대법원도 마찬가지로 고심할 것이다. 특히 사후매수죄의 구속 여건은 ‘대가를 목적으로’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1, 2심 재판부 모두 이것을 ‘대가의 의미로’라고 해석하겠다고 했다. 이는 ‘목적범’이 아니라고 보겠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대법원이 법리를 오인했다고 판단해줄 것으로 확신한다.
목적범이 아니라는 것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형사처벌은 죄형 법정주의에 입각해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는 특정한 개념이다. 그렇다면 대가 목적을 가졌는지 안 가졌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1, 2심 재판부는 모두 목적범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에 제가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않았다. 심리하지도 않았던 사항을 대법원이 일방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대법원은 고등법원에 사건을 되돌려 보내야 한다.
일부 언론이나 이른바 보수단체들은 유죄확정이 될 거라고 믿고 재판을 빨리 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헛다리 짚을 가능성이 높다. 적어도 법리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대법원은 법률심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다.“정의의 여신은 눈을 가리고 있다. 오직 저울과 칼만 들고 있다. 왜 그러겠나? 지금 법관 앞에 서 있는 초라한 피고인이 누구인지를 몰라야 한다. 그 사람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든, 정치적 이단아거나 정치적 소수자든 그 어떤 것도 보지 말아야 한다. 이 사건의 정치적 파급력, 영향력, 평가에 대한 생각을 배제해야 한다. 그런데 결국 그렇게 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수도 서울의 최초 진보 교육감, 대한민국 진보 교육감의 상징적 인물인 곽노현이다. 내가 만일 평범한 보수 교육감이었다면 어떨까. 정권과 관계가 좋은 교육감이라면 달랐을 것이다.”
-사실이 그렇다 쳐도 돈을 주는 등 오해를 살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2억원이 적지않은 돈이라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구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 박명기 전 후보는 단일화 과정에서 만난 특수한 관계다. 그런데 그 사람이 겪은 극도의 경제적 궁핍이 저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진보 진영의 대의를 위해 사퇴한 것이 사실이다.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윤리적으로 특수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또 선거 때 진 빚더미에 올라앉아 극단적 선택마저 우려됐다. 이럴 경우 1000만~2000만원 갖고는 안될 일이다.
아시다시피 두 사람하고만 의논했다. 오랜 친구인 강경선 교수는 ‘박명기 교수가 참 좋은 사람이더라. 그런데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 극단적 선택이 우려된다. 통 크게 도와주는 게 좋겠다. 이 정도 좋은 사람도 원군으로 못 삼으면 누굴 삼을 수 있겠느냐’고 권했다. 또 한 사람은 ‘안된다. 반드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다들 동서 간 합의의 이행으로 볼 것이고 결국 교육감이 사주한 것으로 몰텐데 그런 위험을 절대로 감수하면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딜레마 속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친구의 조언을 따랐다.
당시 선거운동 중에 후원금으로 1억5000만원을 받았다. 아내가 ‘이건 안 받은 걸로 치자’고 했다. 그래서 2억원이 된 것이다. 국민에게 물어보고 싶다. 그렇게 준 돈이 왜 죄가 되는가. 물론 부적절하고 어리석었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형사처벌한다? 실형 1년을 살 정도로 파렴치한 범죄다? 이건 수긍할 수 없다.”
-1심은 벌금형이었는데 2심은 징역 1년으로 양형이 올라갔다.“1심은 여론이 엄청나게 악화되고 오도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저는 구금 상태였다. 그런 분위기에서 치러진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이 나왔다. 제가 책임질 사전 매수가 없었고 박 후보에게 준 돈도 동서 간 합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건 무죄나 마찬가지다. 실제 사실관계에서도 오해는 완전히 벗겨졌고, 검찰 혐의 주장은 다 배척됐다. 양형 근거가 사실상 무죄 근거나 다름없었다. 이제 2심에서 무죄를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거꾸로 나왔다. 1심 선고 뒤에 극우단체가 주심 재판관 집 앞에 몰려가서 시위하고 계란을 투척했다. 검찰은 ‘화성인 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런 일이 사법 역사상 몇 차례나 있었을까.
이를 2심 재판부가 얼마나 의식했겠는가. 2심은 1심과 사실관계 판단에서는 달라진 게 거의 없다. 그런데 애써서 피고인 간에 양형 균형을 꾀했다. 1심에서 박 후보는 징역 3년형이고 저는 벌금형이었으니 기계적 균형을 잡으려 한 것이다. 아마 제게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어도 난리가 났을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 증거가 풍부해서 오히려 의심을 품은 것도 같다.”
-1심 재판부는 헌법소원을 권유했고 2심 재판부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는데.“표면적으로는 제 방어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 구속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 대법원과 헌재는 법률심이라 방어권을 준비할 것도 별로 없다. 재판부가 무죄 증거가 풍부한데도 좀 의혹이 있다는 주관적인 평가 속에서 형량을 올린 대신 법정구속을 하지않는 것으로 합리화한 것이 아닐까 싶다.
1심 재판부는 사실 공판 중심주의를 멋지게 구현했다. 그런데 우리가 ‘사후매수죄’에 대해 위헌 심판을 제청해달라고 청구했는데 재판부는 기각했다. 선고 날 재판장이 이례적으로 제게 ‘기각은 했지만 헌법소원을 꼭 내라’고 했다. 왜 위헌 제청을 못했을까. 위헌 제청하는 순간 우리를 다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재판부로서는 너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고민하다가 기각하지 않았을까 추측한다.
그만큼 1, 2심 모두가 여론의 굉장한 압박을 받고 눈치를 봤다. 대상이 진보 교육감인데다 정치적인 맥락에서 오도된 여론 속에서 재판을 한 것이다. 피고인이 진보 교육감이라는 정치적인 프리즘에, 오도된 여론의 압력이라는 이중의 프리즘이 겹친 것이다.”
검찰 피의사실 공표에 언론 받아쓰기…여론재판 초기에 끝나-언론보도에 할 말이 많을 것 같다.“검찰이 전형적인 후보 매수 범죄로 예단하고 피의사실을 계속 흘렸다. 언론은 받아쓰기하면서 충실히 확대재생산했다. 그렇게 여론 재판이 벌써 끝났다. 사건 발생 며칠 만에 굉장히 파렴치한, 전형적인 선거 매수사범이 됐다.
만약 이렇게 정치적 맥락에서 선거사범으로 일방적으로 채색된 일련의 과정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제 이야기가 비중있게 다뤄졌다면 어땠을까. 1, 2심 법원에서 느꼈던 무지막지한 여론 압력에 시달렸을까.
검찰 조사에서 250쪽의 진술 조서를 남겼는데, 정말 가감없이 당당하게 임했다. 소낙비를 맞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곧 지나갈 것이라고 믿었다. 오해의 소지는 많지만 떳떳하기 때문에 숨김없이 정직하게 있는 그대로 얘기하면 풀릴 걸로 생각했다. 그래서 피의사실을 함부로 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제 사건만큼 왜곡된 피의사실이 정치적 맥락 속에서 유포된 경우가 있었나. 그것이 공정한 재판과 재판부의 독립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언론인들이 정말 깊이 깨달아줬으면 좋겠다.”
-언론의 피의사실 보도는 오래된 고민이다. “권언 유착이 여러 가지 형태로 이뤄진다. 그중에서도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가장 심각하다. 우리나라 언론은 검찰을 능가하는 진실 규명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객관적이지 못한 일방적 취재원에 입각한 과도한 예단이 너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재판이란 진실을 규명하는 고도의 지적·도덕적 행위다. 이렇게 되면 재판과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인권이 침해받는다. 언론도 진실과 정의에 기여하는 제4부다. 언론도 진실과 정의에 봉사하는 사회의 기둥들이다. 이 중에 하나만 썩어도 다같이 썩는다. 검찰은 거악을 척결하는 기능을 갖고 있는데 한편으론 거악과 유착한다. 그럼 가장 핵심적인 진실과 정의가 은폐되고 왜곡된다. 정치검찰이야말로 사회의 암적 존재다. 이 사회의 거악 중의 거악이다.”
-재판이 지체되면서 교육행정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았나.“일부 교원 단체에서 대법원 선고가 법정 기한을 넘겼다며 1인 시위, 항의서한 전달, 성명 발표 등으로 대법원을 압박했다. 이것도 굉장히 특이한 일이다. 선고가 한두 달 늦어진다고 이렇게 대법원을 압박하는 경우가 있었나? 그것도 위헌성에 설득력이 있고 재판 지연에 타당한 이유가 있는데 말이다.
대법원의 선고 내용이 아니라 선고 지연을 놓고 이렇게 첨예하게 정치쟁점이 된 경우가 없었다. 재판부의 독립을 훼손시키는 일이다. 사실 교육행정의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계산된 행동이다. 진짜 혼란은 대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다를 때 생긴다. 교육행정이 진짜 걱정됐으면 헌재는 결정을 서두르고 대법원은 헌재 결정 후에 서둘러 판단해달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대법원이 헌재에 대해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취임 초부터 언론과 관계가 편하지 못했던 것 같다. “제가 보수진영 눈에는 갑자기 나타난 미운오리새끼 아니냐. 굉장히 얄밉고 당혹스러운 존재다. 모든 관심과 비판이 저한테 집중됐다.
돌이켜보면 제가 추진한 정책 중에 민주사회 공교육의 본질에 어긋나는게 있었나? 무상급식을 보편적 복지로서 제공하는 게 어긋날까? 학생인권을 보장하자는 게 어긋날까? 또 성적 상위권 아이들만을 위한 경쟁교육을 지양하자는 것이 그러한가? 문예체 교육의 활성화 등 도대체 어떤 게 공교육 이념과 본질에 어긋나는지 궁금하다. 그것을 보수와 진보의 프레임으로 사사건건 재단하고 정치적으로 시비를 건 게 누구였는지 묻고 싶다.”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에 애로가 있었나.“교육청 기자실 거쳐 간 기자들에게 물어보시면 안다. 저는 사실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았다. 저와 기자들의 관계는 굉장히 좋다고 생각한다. 조·중·동 출입기자들과도 소통이 잘 된다. 제가 원래 그렇게 이념적인 사람이 아니다. 무엇이든 데이터 없이 이야기하지 않는다. 분석, 과학, 실증, 합리 이런 것을 중시한다. 다만 기사가 데스크를 거치면 조금씩 뉘앙스가 달라지는 것뿐이다.”
-대법원 선고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담담하게 최대한 평상심을 갖고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그렇지만 왜 걱정이 안되겠는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법리적으로만 보면 아주 낙관한다. 희망적이다. 그런데 정치적으로 보수성향이고 저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법조인들이 절대다수다. 보수적 여론과 정치적 파장에서 얼마나 자유로울지 우려된다. 정치적 함의와 관계없이 관성적인 사고를 뛰어넘을지가 관건이다. 마땅히 최고 사법기관답게 그렇게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변함없이 저를 믿고 지지해주는 수많은 시민, 선생님들이 있다. 이분들의 한결같은 성원 속에서 전혀 ‘쫄지 않고’ 있다.(웃음) 다만 몸 안에 가시가 하나 박혀있는 듯한 느낌이다. 저를 지난 세월 동안 어떤 경우에도 허영이나 자만에 빠지지 않게 하는 소금의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 고난도 저에게는 참 유익(有益)이다.
(사진=강진아 기자 saintsei@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