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율 0%의 진실

제263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KBC광주방송 이형길 기자  
 
“우리 직원들은 산업재해를 신청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화순광업소 측의 말입니다. 화순탄광에서 일을 하다 다쳐도 산업재해가 아닌 일반 의료보험으로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취재 과정에서 듣게 됐습니다. 화순광업소는 자신들이 치료비도 내주고 일도 쉬게 해준다며 산재를 신청하지 않아도 노동자들이 불만이 없다고 했습니다.

“제가 원해서 산업재해 신청 안 한 거예요. 인터뷰는 못합니다.” 화순광산 노동자의 말입니다. 탄광에서 일을 하다 인대를 크게 다쳐 집에서 쉬고 있는 노동자였습니다.

모두가 기피하는 탄광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 중에는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많습니다. 이들이 농사일, 건설 일용직을 놔두고 고된 광산 일을 하는 이유는 ‘학비’ 때문입니다. 광산 노동자들에게는 국가에서 자식들의 학비를 보조해 줍니다. 자식이 대학이라도 다니고 있다면 제아무리 고되고 힘들어도 광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소중합니다. 어떤 대우를 받든, 어떤 과정을 거치든 일단 광산에서 일을 해야 자식들을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당한 자신의 대우는 뒷전입니다. 혹여 윗사람에게 잘 못 보일까 쉽게 자신의 일을 고발할 생각도 못합니다.

그래서 화순탄광의 문제는 단순한 산업재해 은폐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산업재해를 은폐해서 회사는 무재해 사업장으로 상을 받고, 임원들은 성과급을 받습니다. 산업재해를 은폐해서 노동조합은 채용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는다고 들었습니다. 산업재해를 알리지 않아야 노동자들은 학비를 보조받을 수 있습니다. 누구는 이익을 얻기 위해 강요하고, 누구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강요를 받아들입니다.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조합 측과 회사 측의 부정의 고리. 한 명의 힘은 미약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체념하고 포기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에게 용기를 내 준 한 명의 근로자, 그리고 그를 따라 도와준 또 다른 한 명. 만일 이번 보도로 이 취약한 탄광 노동자들의 지위가 다소라도 개선될 수 있다면 이 한 명, 한 명의 용기가 해낸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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