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대변인 이제 그만…'중도개혁지'로 탈바꿈"

서울신문 손성진 편집국장 "할 말은 하는 신문 만들겠다"


   
 
  ▲ 서울신문 손성진 편집국장  
 
“서울신문은 정권에 따라 논조가 바뀌는 ‘오락가락’의 역사를 가졌다. 소유구조 탓도 있지만 정권의 대변인 노릇을 자처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중도개혁’이라는 큰 목표를 잡고 180도 달라진 신문을 만들겠다.”

업무를 시작한 지 20일 남짓 된 서울신문 손성진 편집국장은 지난날에 대한 반성을 우선했다. 21일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신문 사옥 편집국에서 만난 손 국장은 신문의 논조, 기사 콘텐츠, 선후배 기자들 간의 소통 등 여러 면에서 ‘변화’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가 목표로 삼은 서울신문의 논조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중도’다. “현 정부 들어 우리 신문이 급격히 보수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돌아보면 4대강 사업, 한진중공업 사태 등 중요한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시각이 한쪽에 치우쳐 비판기능이 약화됐다. 보수와 진보 양쪽 이슈 모두에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신문이 돼야 한다.”

그러면서 손 국장은 서울신문이 지면비중 면에서 정치기사에 지나치게 치우쳤던 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부 기자로 14년을 근무하며 시경캡, 법조팀장, 사회부장을 지냈고 사회부장 시절 엠네스티 언론상을 수상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기획을 이끌었던 그는 “신문이 사회저변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빈곤층, 억압받는 노동자 등 소외계층과 소수자들에게 관심이 많다. 그동안 서울신문이 소홀하게 다뤄왔던 부분인데 앞으로 깊이 있는 보도를 전하겠다.”

편집국 소통 강화도 손 국장이 꼽는 과제다. 서울신문은 지난 몇 년간 젊은 기자들이 대거 떠나가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후배기자들의 불만과 고충이 전달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멘토링제를 곧 시행할 계획이다. ‘선후배 사랑잇기’로 이름 붙인 제도다. 부장급 이상 선배 1명과 후배기자 3명을 한 팀으로 묶어 만남의 장을 주선해 대화에서 나온 건의사항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손 국장은 “소통이 잘 되면 자연히 기사 아이템 발제도 적극적으로 이뤄져 신문의 질이 좋아질 거라고 본다”고 기대했다.

서울신문은 최근 자산관리공사 사장을 지낸 비언론인 출신 이철휘 사장이 선임돼 기자들 사이에서 편집권 독립과 공정보도에 대한 우려가 불거졌다. 손성진 국장은 이에 대해 “이 사장은 편집권 독립 보장의 원칙을 갖고 있다. 편집국 혹은 회사 외부에서 신문편집과 관련해 압력이 들어올 경우 앞장서서 막아낼 의지가 있다. 영업과 신문제작은 별개라는 입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할 말은 하는 신문을 만들자는 게 나를 비롯한 편집국 기자 모두의 열망”이라고 덧붙였다.

손성진 국장은 1988년 서울신문에 입사한 후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사회부장, 경제부장, 미래기획부장 등을 거쳤다. 지난달 31일 찬성률 88.6%(참여율 88.4%)로 임명동의안이 통과돼 편집국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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