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사람들이 YTN의 평화 이뤄달라"">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탁드린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YTN의 평화 이뤄달라"

구본홍 전 YTN 사장 단독 인터뷰



   
 
  ▲ 구본홍 전 YTN 사장(뉴시스)  
 
본보는 지난 4월 ‘4·1합의’ 3주년을 맞아 인터뷰를 추진한 것을 시작으로 그동안 구본홍 전 YTN 사장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다. 구 전 사장은 여러 가지 이유로 고사해왔으나 YTN 사장에서 물러난 지 3년이 되는 3일을 앞둔 시점에서 인터뷰 요청을 수락했다. 그는 이번 서면 인터뷰를 비롯해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YTN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또한 이번 인터뷰를 통해 그간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던 YTN 노사가 해직자 복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진지한 대화와 화합에 나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피력했다.


-YTN 노사는 2009년 4·1 합의로 회사 정상화의 틀을 마련한 바 있다. 합의의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합의 정신과 의미는 무엇이었나.
“합의문을 되새겨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오랜 노사 갈등으로 조직의 원칙이 무너지고 구성원들 간의 불신이 팽배해서 이대로 가다가는 회사의 존립이 위태롭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노사가 같이 느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회사를 살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데 인식이 일치됐다. 그래서 모든 것을 그 시점에서 내려놓고 회사발전과 무너진 조직의 회복을 위해 함께 노력해 가자는 것이 합의 정신이었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깊은 상처와 아픔이 있었고 당시 노조위원장을 비롯한 6명이 여전히 해직 상태였지만 회사의 정상화를 위해 합의에 응하였다는 점에서 합의의 의미가 컸다.”

-(구본홍 사장 사퇴 후) 그해 11월 1심 재판부가 해직자 전원 복직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새 경영진은 4·1 합의의 ‘해고자 문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다’는 조항은 대법원 결정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항소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법원의 결정에 따른다’는 것은 어떤 뜻이었나.
“회사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징계가 해고다. 이 경우도 회사는 재심청구를 할 수 있게 해 억울한 점이 있으면 소명하도록 하고, 최고책임자가 감경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이 점은 당시 YTN 노사문제를 국회 문방위에서 청문회로 다뤘을 때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사장으로서 비록 시효가 지났지만 재심요청이 있으면 받아주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 이후에도 재심청구가 없어 해직문제는 결국 법정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노사문제는 노사합의로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법원의 권유를 받아들여 6명의 해직자 가운데 노조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을 복직시키기로 한 바 있다. 만약 이 안을 노조가 받아들이면 나머지 1명도 상황을 보고 복직시킬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 안은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나 노사는 해직문제를 초월해서 합의를 이뤘다. 합의문 가운데 해직문제는 우여곡절도 있었고 회사의 해직자에 대한 기본인식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파악이 됐다는 점, 그리고 노조가 해고무효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는 만큼 법원의 판결에 따르는 것이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없을 것으로 인식을 같이했다.

저 개인적으로는 법원의 1심판결이 나오면 그 결과를 수용할 생각이었다. 그 이유는 YTN 문제가 국민적 관심거리였고 법원도 그동안 충분히 검토해 온 것이므로 1심에서 충분히 타당한 판결이 나오리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사가 대 합의를 이룬 마당에 더 이상 해직문제를 끄는 것은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일부 해직 무효로 나온다면 해직자들이 항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당시 노사협의 과정에서 노조 측도 1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승복하겠다는 해직자들의 의사를 간접으로 전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법원의 판결에 따른다’는 것은 1심 결과에서 매듭지어질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었다.

덧붙인다면 1심이든, 2심이든 상황은 제가 사장할 때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노사는 100% YTN 사람들이다. 제가 사장할 때보다 문제해결의 여지가 더 많아졌다. 그래서 전원 복직판결이든, 일부 복직이 나왔든 먼저 노사가 이를 수용하고 회사를 정상화한 이후에 천천히 남은 문제를 논의해도 될 수 있지 않았겠는가. 법원의 판결을 화합을 위한 구실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3년전 떠날 때와 너무 다른 양상…대법원 판결전 대화·화합으로 문제 해결하길”

-YTN 일부에서는 당시 구 사장이 해직문제를 조기에 풀겠다는 의지를 가졌던 것으로 평가한다. ‘최소한 언제까지는 해직자들을 복직시켜 회사를 완전히 정상화 시키겠다’고 내심 생각해둔 시한이 있었나.
“그것은 시기가 언제인지가 문제였을 뿐 전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달려 있었다. 1심의 결과가 완전 정상화의 결정적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당시 최고 중징계인 해고를, 더욱이 6명이나 한 이유는.
“확연한 해사행위에 대해 중징계를 내려야 한다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전 임원 간부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6명이 당시로는 많았다고 볼 수는 있을 것 같다. 물론 사장은 징계위원회에 들어가지 않았지만 개개인의 해사행위나 사규위반이 분명했던 것이 사실이었고, 징계위원들이 사규를 잣대로 판단했다고 본다. 다만 재심의 기회를 통해 충분히 구제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사장이 정상참작으로 감경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주지했다.”



   
 
   
 
-2009년 5월 합의한 ‘공정방송협약’ 역시 YTN 사태 해결에 큰 기틀이 되리라는 평이 있었다. 그러나 현재 협약은 백지화된 상태다.

“물론 협약은 제가 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용은 수시로 보고받고 임원 간부들과 협의했다. 지금 보면 노조 측에 다소 경도된 내용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저도 평기자 때 여러 가지 모순을 겪었고 공정방송이란 무엇인가라는 데 깊은 회의에 빠진 적도 있는 일선 기자 출신으로서 판단했을 때 가능한 한 공정방송의 기준을 확실히 해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협약 내용을 허락했다. 중요한 것은 공정방송을 실행하는 것이고, 문제가 있으면 그때 그때 노사협의로 풀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노조 측이 전가의 보도처럼 협약을 들고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겠지만 한국 언론 대부분이 그런 우려 속에 있다.”

-2009년 8월 사장직에서 갑자기 물러난 배경은.
“그때 심정을 지금 얘기하기는 좀 그렇지만 많은 기도와 묵상의 결과라고 봐주길 바란다. 노사합의로 회사가 정상화됐고 회사 경영도 제 궤도에 올려놨다. 건물에 5개 층 세 들어 있던 YTN이 한국 최고의 뉴스 채널로서는 초라해 은행 융자로 회사건물을 매입해서 명실상부한 방송사로서 위용을 갖췄다. 남산 YTN타워도 경영개선을 통해 그대로 보유하기로 했다. 상암동 신사옥 건설도 차질 없이 추진했다. 특히 제2의 IMF였던 2008년에 모든 방송사가 적자경영을 했지만 YTN만 흑자경영으로 성과급을 지급할 정도로 매출을 올려놨다. 이제 남은 것은 YTN이 공정방송을 통해 거듭나고 노사 화합을 통해 해직자 복직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저는 이 정도면 YTN에서 일하고자 했던 저의 목적이 거의 달성됐다고 판단했다. 저의 경영능력을 훗날 YTN 사원들이 평가해 주리라 여겼다. 이쯤에서 YTN을 ‘그들 스스로의 손으로 이끌어 가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다른 모든 문제를 노사합의로 풀었던 만큼 해직자 문제도 그들 스스로 화애롭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서 제가 물러서 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도 곡절은 있었지만 마지막에 나름대로 할 일을 하고 떠나는 만큼 당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모든 사람들이 ‘이제 YTN이 잘 돼가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상황에서, 어느 날 예고 없이 간부들과 점심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선포해버렸기 때문에 뜻밖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전화와 문자를 많이 받았다. 왜 어렵게 수습해 놓고 그만 두느냐는 것이었다. 회사운영과정에서 안팎으로 많이 시달렸던 것이 아니냐는 질문 같지만 저의 결단이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YTN 사장 응모는 100%  나의 의지…정권 지시·상의 없었다

-‘낙하산 사장’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YTN 역대 사장을 되돌아보면 방송출신이 한 명도 없다. 그래서인지 YTN이 획기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저렇게 우수한 인력에 24시간 뉴스채널이란 막강한 이점을 가지고 있으면서 왜 폭발하지 못할까? 앞으로 새로운 뉴스채널이 등장하면 어려워질 텐데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저는 YTN 사장 공모에 응하겠다고 결심했다. YTN을 방송전문인의 능력으로 세계적인 뉴스채널로 우뚝 서게 하겠다는 확고한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 말하는 낙하산이란 방송에 대한 전문지식도 없는 사람이 무턱대고 사장이 되는 것을 말한다. 30여 년 동안 방송기자로서 활약한 YTN 최초의 방송 출신 사장에게 낙하산이란 말은 맞지 않는다.

다만 당시 응모 전에 YTN 사장으로 제 이름도 거론된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정권에서 내심 제가 YTN 사장이 되기를 바랐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정권 측에서 YTN 사장에 응모하라고 지시를 받거나 그쪽과 상의한 적도 없다. 지상파와 케이블을 운영해봤던 경험을 바탕으로 최고의 뉴스전문채널을 만들어보겠다는 제 의지로 응모한 것이다. 노조는 대통령 선거캠프에서 일했다는 점을 들었지만 방송자문역할이 주업무였고 선거 직후 먼저 있던 CTS-TV나 고려대 교수 자리로 되돌아가려던 상황이었다.”

-YTN 사장을 했던 것에 후회도 하는가.
“왜 후회하는가? 오랜 노사 갈등으로 모양이 구겨진 것 때문인가? 후회했다면 벌써 그만 뒀을 것이다. 그만 둘 때도 후회했기 때문이 아니었지만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대선보도, 회사 도약의 기회…노사 모두 한발씩 물러서 화해의 손 내밀어야

-3일이면 YTN을 떠난 지 3년이 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YTN 사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3년 전의 일을 지금 거론하는 것은 사실 계면쩍은 일이다. YTN 구성원들에게 미안하고 한편으론 섭섭한 마음도 없잖아 있다. 그러나 3년 전 제가 떠날 때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달려온 것 같아 안타깝다.

YTN은 사원들만의 방송이 아니다. 지금 올림픽이 진행되고 있고, 대통령 선거라는 국가 최대의 사건이 다가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서는 YTN이 역사적 증인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없다. 방송사에서는 대통령 선거를 위해 1년 전부터 준비를 하지 않는가. 더구나 뉴스전문채널은 지상파보다도 더 앞서 더 면밀히 준비를 해서 이번 기회에 대 승부를 겨뤄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YTN이 도약할 기회가 없다. 하루빨리 진지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본다. 해직문제는 법원판결 이전에 대화와 화합으로 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어렵다면 휴전이라도 하고 정상업무가 시작돼야 한다. 노사 다같이 제2의 4·1 합의 같은 대(大) 결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사 서로 한발씩 물러서서 화해를 위한 악수의 손을 먼저 내밀어야 한다. 저는 3년 전에 이렇게 오랜 경직 상태로 남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리고 경직된 노조를 어떻게 대화로 끌어낼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지금 YTN 노사가 함께 그런 고민을 해볼 때라 생각한다.

YTN의 상처는 근원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매일 기도하면서 간구하는 것이 YTN의 조속한 평화이다. 부디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탁드린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YTN의 진정한 평화를 이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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