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산성수돗물 대란 은폐
제26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전남일보 강현석 기자
전남일보 강현석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7.11 15:4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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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일보 강현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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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대형 수돗물 사고가 난 광주광역시 용연정수장은 조용했다. 80만명의 광주 시민들에게 먹을 수 없는 수돗물이 7시간 이상 공급됐던 사고 현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 였다.
하지만 그날의 사고는 감춘다고 감춰질 일이 아니었다. 대형 사고를 치고 7시간 동안 입단속을 하던 공무원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사태 수습을 위해 언론에 먼저 ‘고백’을 했다. ‘수돗물을 마시지 말라’며 지역방송에 텔레비젼 자막을 띄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전남일보는 이번 취재를 진행하면서 공무원들의 책임 의식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야 했다. 취재 초기 공무원들은 사건을 감추고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광주시상수도사업본부가 내놓은 자료는 엉터리였다. 사고발생 시간 조차 전남일보 보도이후 무려 3차례나 수정됐다. 사고 당일 수돗물 수질을 측정했던 수질연구소는 “수질 검사를 하긴 했지만 언제 했는지, 결과는 어땠는지 공개할 수 없다”고 버텼다.
시간대별 정수장의 수질 측정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자료를 요청했더니 “그런 자료는 없다. 있다고 해도 줄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 대부분의 공무원은 말미에 “우리도 공무원인데 공무원 조직의 특성을 알지 않느냐. 자꾸 곤란하게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대답을 내놓고,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 공무원 조직은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이들이 이렇게 나왔던 이유는 전남일보를 통해 시민들에게 모두 드러났다.
공무원들은 사고 시간을 감추고, 매뉴얼도 지키지 않은 채 시민들이 마실수 없는 수돗물을 8시간이나 사용하도록 방치했다. ‘산성 수돗물’로 밥을 해 먹고, 몸을 씻었을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조직의 잘못을 덮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도 했다.
‘불량 수돗물’보다 더 ‘불량한 공무원’들과 맞닥뜨린 것이다. 이런 공무원들에게 시민들의 생명줄인 수돗물을 맡길 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취재를 이어간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공교롭게도 이번 수상과 함께 편집국 인사가 나면서 함께 취재했던 ‘사건팀’이 흩어졌다.
까칠한 후배들을 보듬어 준 이용규 전 사회부장. 후배들을 위해 묵묵히 손을 보태주던 박간재 차장. 많은 연차에도 꿋꿋하게 사건팀 경찰서 출입기자로 수고해 준 최동환 선배, 열정이 넘치고 든든한 박정태·배동민 기자. 그리고 한 밤중 사고 현장과 광주 도심 상황을 카메라에 생생히 담아 준 김양배 사진부장. 함께여서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