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랑&산사람

제261회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 / 매일신문 한상갑 기자


   
 
  ▲ 매일신문 한상갑 기자  
 
“주말에 고속도로가 버스 행렬로 장사진을 치는데 등산코너 하나 기획해보시죠.”
그땐 몰랐다. 이 말이 족쇄가 되어 3년 동안 나를 구금할 줄은.
‘그럼 네가 해보라’는 데스크의 강권에 코가 꿰었고 매일신문에 ‘산사랑&산사람’코너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산사랑&산사람’ 시리즈는 한국 100대 명산 등정에 대한 기록이다. 2009년 3월 사천 와룡산부터 2012년 5월 포천 명성산에 이르기까지 기자는 3년3개월 동안 전국의 산을 돌았다.

기자는 한때 상태가 꽤 중한 시한부 암환자였다. 간 65%를 절제하고 수술, 색전술, 알코올주사요법 등 현대 의술이 간 하나에 총동원 되었다. 요양처에서 만난 산은 기자를 회복으로 이끌어 주었다. 기자는 경기도와 여수에서 2년 동안 요양병원 신세를 졌다. 그곳에서 치료를 위한 시간 외에는 산속에서 살았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치료는 또렷했다. 기자에게 산은 주치의요, 링거였던 셈이다.

흔히 산의 유익으로 맑은 공기, 유산소 운동, 근력·심폐 증진 등을 든다. 다 맞는 말이고 그 효과에 대해선 의심의 여지가 없다. 나열한 것들이 ‘자연적 산소’라면 산속엔 또 하나의 산소가 있다. ‘정신적 산소’다. 산에서는 누구나 관대하고 배려한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며 길을 다투지도 않는다. 웃음, 긍정, 낙관 같은 유익한 정서들이 같이 동반하기 때문이다. 이 중 하나만 취해도 본전 이상은 하는 셈이지만 ‘두 가지 산소’를 취할 때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완전한 치유, 회복, 충전이 이루어진다.

특종도, 시사기획물도 아닌 비루먹은 환자의 산행기에 후한 점수를 매긴 심사위원들에게 감사의 말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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