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실적으로 채용…인턴 울린 증권사
제261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 / SBS 정규진 기자
SBS 정규진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7.11 15:2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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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정규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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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한 증권사가 60명의 인턴을 모집했습니다. 2주간 간단한 교육을 시킨 뒤 영업장에 내보냈습니다. 실적을 평가기준으로 삼았습니다. 베테랑도 고전하던 하락장세였습니다. 취업이 걸린 인턴사원들은 여기저기서 돈을 끌어왔습니다. 부모돈, 친척돈, 그동안 차곡차곡 모은 적금도 쏟아부었습니다. 증권사가 차지하는 거래수수료도 평가항목이었습니다. 인턴사원들은 손해볼 줄 알면서도 거래버튼을 눌러댔습니다. 인턴이 끝났습니다. 16명이 채용됐습니다. 나머지는 수천만원 거래 손실에 대한 책임만 떠안게 됐습니다.
이게 제 보도 내용입니다. 간단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청년실업의 문제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돈만 아는 기업과 취업이라면 불속이라도 뛰어들어야 하는 청년구직자의 비애…. 그리고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 없이 내쳐지는 무의미한 인턴제도….
사실 저만의 노력으로 이뤄진 보도가 아닙니다. 조정 선배의 ‘배려’ 덕분에 기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했을 걸 제가 운 좋게 보도했을 뿐입니다. 제가 고민한 건 사례자의 인터뷰였습니다. 해당 증권사에서 그야말로 ‘팽’을 당한 인턴사원을 어떻게 만나 인터뷰를 이끌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우선 만나자 했습니다. 이야기만 들어보자 했습니다. 그런 뒤에 속사정을 털어놨습니다. 제 취재 의도를 이해해준 인터뷰이가 너무 고마웠습니다.
보도 이후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만 들었습니다. 그런 뒤 결과 발표가 지난달 25일에 나왔습니다. 인턴들이 본 주식거래 손실액이 50억원이라는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단호하게 징계를 하겠다고 말했답니다. 어떻게 할까요? 누구 말대로 징계가 최선일까요? 제 생각은 징계보다는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한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금융당국이 칼 잘 쓰는 판관이 아닌 예방주사를 잘 놓는 명의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