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음서제' 서울 구청 기능직 친인척 채용 비리

제26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CBS 이대희 기자


   
 
  ▲ CBS 이대희 기자  
 
고백건대 처음 서울 도봉구청의 친인척 채용비리를 보도하면서 이번 사안이 이 정도까지 확대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이런 확대의 원동력은 ‘우리 사회에 내재돼 있던 분노와 그 분노의 확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시작은 첫 제보자의 분노였다. 이미 내부자 친인척이 내정돼 있던 서울 도봉구청 기능직 채용을 지켜본 제보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사회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취재에 들어가자 구청 관계자들은 ‘우연’이라고 발뺌했다. 비리 당사자는 기능직으로 채용된 조카의 이름을 대자 “생전 처음 들어본다”고 거짓말까지 했다.

분노의 도미노는 독자들로 확산됐다. 인터넷 지면에 나간 기사에는 분노의 댓글이 수도 없이 잇따랐다. 이런 ‘공분’은 결국 또 다른 내부고발자의 제보로 이어졌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모두 분노했을까? 우리는 모두 한 번쯤은 취업준비생이 된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취업준비생은 ‘업’을 갖기 위해 길고 고단한 시험에 드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A4 용지 몇 장 안에 내가 살아온 인생을 녹이려 조사 하나까지 고민한다. 뇌세포 끝단에 담긴 지식까지 짜내려는 심정으로 필기시험에 응시한다. 난생 처음 보는 면접관 앞에서 불과 수 분 내에 내 모든 것을 보여주려 기를 쓴다. 이렇게 취업과정은 한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거는 과정이다. 채용비리는 이런 점에서 수많은 비리 가운데서도 ‘질’이 좋지 않다. 결국 고단한 전형 과정을 거쳤지만 ‘합격’이라는 건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들만의 비리에 우리 모두는 ‘들러리’를 서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점은 이번 보도가 단순히 공분에서만 끝나지 않고 제도 개선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끝으로 교묘하고 집요한 색출 노력에도 굴하지 않고 용기를 낸 제보자들께 경의를 표한다. 기자는 그들의 용기를 세상에 정확히 알렸을 뿐이다. 왼손(기자)은 항상 거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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