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총판 기업 유치 1년 추적보도

제26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KBS강릉 박상용 기자


   
 
  ▲ KBS강릉 박상용 기자  
 
취재는 아주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출입처를 맡고 얼마 되지 않아 동해시의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보게 됐고 무척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100억원의 거액을 받고 동해시로 이전한 자동차 부품 생산기업이 5년도 안 돼 경영난으로 도산했던 겁니다. 보조금을 받고 이전한 다른 기업들도 대부분, 그 것도 하나같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사실상 가동이 중단된 상태였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취재결과 동해시가 지급한 보조금의 70%를 가져간 문제의 자동차 부품업체는 매출 규모와 종업원 수로만 봐도 거액의 보조금을 가져갈만한 기업이 아니었습니다.

무언가 숨어있다는 직감이 생겼습니다. 더욱이 지역사회에선 경기 부양에 실패한 수도권기업 유치 정책에 대해 많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당시 관련 자료와 공문을 찾으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김학기 동해시장의 친인척이 문제 업체에 간부로 근무한 사실까지 확인해 보도를 이어갔으며, 검찰도 수사에 나섰습니다. 이후 동해시의회 前의장과 문제업체 대표, 공무원 등 3명이 잇따라 구속됐고 동해시장도 문제의 업체 대표로부터 6천만 원을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됐지만 기각됐습니다. 이후 반 년 이상의 취재 끝에 동해시장의 추가 비리 의혹과 증거를 찾아 단독보도를 이어갔고 동해시장은 결국 범죄 혐의가 인정돼 구속됐으며 현재 1심 재판중입니다.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2000년 중반부터 강원도는 국비를 포함해 수도권 기업 유치 정책을 도정 최우선 과제로 삼아 지금까지 수 백 억원의 천문학적인 돈을 이전 기업들에게 쏟아 부었습니다. 많게는 수 십 억원을 기업체 한 곳에 주면서도 보조금을 회수할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해놓지 않았습니다. 기업체에 대한 사전 검증을 소홀히 한 채 무방비 상태에서 보조금을 내줬던 겁니다. 그 결과 최소 100억원 이상의 혈세는 ‘회수불능’. 허공으로 날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 하나 책임지는 공무원은 없습니다. 제대로 된 이전 기업에 예산을 소중히 활용하기보다는 시민에게 홍보할 기업 유치 실적에만 치중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공무원 자신의 주머니에서 이 돈이 나갔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지 취재를 할수록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물론 보조금을 기반으로 강원도에 터를 잡고 성실히 경영 활동을 하며 지역 경기 부양에 큰 보탬을 주는 기업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조금과 투기를 목적으로 들어온 기업체도 일부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취재를 이어가겠습니다. 보도 이후 기업 유치 관련 조례가 강화되는 쪽으로 개정돼 예산 낭비 요인은 많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강원도의 기업 유치 정책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몇 가지 정황과 증거는 기사화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의지를 갖고 추가 취재와 보도를 계속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취재 처음부터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촬영기자 이준하 선배, 엉성한 기사 손보느라 고생하셨던 전영창 선배와 권혁일 선배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우리 보도국 선후배 모두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리며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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