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투기장 전락한 충남도 해외식량기지
제26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중도일보 맹창호 기자
중도일보 맹창호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6.13 15: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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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일보 맹창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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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두 줄짜리 ‘카카오 톡’이었다. 캄보디아에서 사업하는 지인이 “충남도가 캄보디아에서 추진한 해외영농에 문제가 많다”는 현지 소문을 무심결에 보내왔다.
평소 해외영농에 관심이 많았던 기자는 내용이 궁금했다. 즉시 각종 언론에 소개됐던 전국 자치단체의 해외영농 관련기사를 살폈다. 그런데 천안에 본사를 둔 충남해외영농은 현지의 전언과는 달리 아주 우수한 성공사례로 소개되고 있었다.
현지 취재에 앞서 사전조사를 시작했다. 2008년 세계 곡물 파동 이후 추진된 국내 해외영농사업을 충남을 중심으로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충남도가 2008년부터 작성한 해외영농 관련보고서가 통째로 입수돼 사업의 밑그림과 진행과정이 드러났다.
그런데 보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의문이 잇따랐다. 현지 합작을 통해 5000㏊ 농지를 영농조합에 제공하겠다던 충남도 입장은 어느 날 임대방식으로 전환됐는데 이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현지의 터무니없는 임대가 요구에도 최소한의 중재자가 역할조차 하질 못했다.
현지에 진출한 영농법인은 졸지에 경비만 날리고 3년여의 악전고투 끝에 농민 등 26명이 출자한 자본금 18억 원만 모두 날렸다. 현지 사정을 제대로 모르고 농지를 개간하려던 일부 농민은 자동소총으로 생명의 위협까지 받았다. 독립운동의 심정으로 해외영농에 나섰던 농민은 가정마저 풍비박산 날 지경이었다. 이 과정에서 충남도는 지원금을 놓고 어느 날부터 영농조합의 갑(甲)으로 둔갑해 농민에 군림하고 있었다.
현지 취재에서는 더욱 기막힌 현실이 드러났다. 충남도가 캄보디아와 문화·경제 교류를 하며 일부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현지에서는 널리 소문나 있었다. 더욱 충격적 사실은 충남도청 4급 이상 공무원 7명이 ‘투자클럽’을 결성했을 정도로 캄보디아의 공무원 투자는 공직사회에서조차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보도 이후 충남도는 전면적 해외영농사업 재검토에 착수했다. 조만간 올바른 투자방안을 마련해 책임있는 지위에서 정책변화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충남도를 타산지석으로 전국 자치단체의 해외영농이 효율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길 기대한다.
이번 취재에 애쓴 공동수상자 김한준 기자와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은 오재연 천안본부장(국장), 윤원중 기자 등 중도일보 천안본부 동료에게 지면을 빌려서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