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요금 인상
제260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겨레 엄지원 기자
한겨레 엄지원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6.13 14:4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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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엄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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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민자 유치 성공”, “○○도, 민자 유치 쾌거”.
돈없는 지방정부들에 민간자본 유치는 최대의 실적이다. 그러나 한 가지, 간과되는 일이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것. 이익엔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게다가 민간자본에 치러야 할 대가는 언제나 이익의 수준을 훌쩍 넘어선다. 정부는 민간자본이 주민들에게 제공할 이익만을 홍보하고 주민과 정부가 치러야 할 대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서울지하철 9호선도 마찬가지다. 첨단공법을 도입하며 기대 속에 2009년 개통된 민자 지하철은 3년만에 자본의 민낯을 드러냈다. 주무관청인 서울시와의 요금 조율에 실패하자 서울시의 뒤통수를 치고 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방식으로 요금 인상을 기습 발표했다. “적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언론은 앞다퉈 서울시와 민자업체의 갈등, 기습적 요금인상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보도했다. 대부분 드러난 현상에 치중한 보도였다. 9호선 사태는 나와 전혀 상관없을 것 같았던 민자사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드러낼 절호의 기회였다. 본질적인 질문과 답이 필요했다. 왜 적자가 발생했을까? 서울시가 그 적자를 보전해주는 상황에서도 요금 인상이 필요한 까닭은 무엇일까?
적자의 원인을 알기 위해 서울시에 자료 공개를 요청했다. 민자업체인 ㈜서울메트로9호선은 서울시에 정확한 재무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했다. 게다가 서울시 스스로 민자업체에 유리한 협약이었다고 주장한 실시협약(2005)의 내용조차 당사자인 민자업체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는 내줄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금융감독원의 기업공시를 통해 민자업체의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확인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9호선 민자업체의 상식에 어긋난 재무구조를 파악하긴 충분했다. 대부분의 적자는 대주주이자 채권자인 금융자본이 챙겨간 고금리 이자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사채업자를 방불케하는 이자를 챙겨간 대주주 중 하나인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서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에서 이 같은 투자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음을 확인한 뒤 후속보도를 이어갔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앞다퉈 유치한 민자의 덫은 앞으로도 여기저기서 시민의 발을 낚아챌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는 민자를 유치할 것이고 새로 맺은 계약을 ‘쾌거’로 홍보할 것이다. 언론의 역할이 여기에 있다. 다시 9호선 사태처럼 자본의 오만이 시민의 보편적 권리를 넘어서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보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