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공헌 이끌며 '인생 이모작'

김병철 필립모리스 코리아 전무·전 매일경제 기자


   
 
  ▲ 김병철 필립모리스 코리아 전무  
 
기업체에서 ‘인생 이모작’을 꿈꾸는 기자 출신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일경제 출신인 김병철 필립모리스 전무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이모작’은 특별한 구석이 있다. 단순한 기업 홍보나 언론 담당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사회공헌을 앞장서 실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는 지난달 35번째 ‘먹거리 나누기 냉동탑차’를 온누리복지재단에 기증했다. 냉동탑차 기증은 1999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사업이다. 냉동탑차를 운영하면 소외계층에 기증된 음식이 상하거나 낭비될 염려가 없다.

그가 주도하는 필립모리스의 공헌활동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2006년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쓰나미 재앙’ 때는 이사회를 설득해 1000만 달러의 성금을 이끌어냈다. 현장에 달려가 회사와 구호 단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말라위 주민들에게도 다가갔다. 스위스 로잔에서 근무하던 시절 방문한 말라위의 어린이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나는 땔감을 구하는데 하루를 다 보낸다는 것. 그리고 손이 잘린 아이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음식을 요리하는데 전적으로 땔감에 의존하기 때문이었다. 또 물을 뜨러 강가에 갔다가 악어에 물려 팔을 잃는 것이었다.

그는 지금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화덕과 우물 펌프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열효율이 높은 화덕을 이용해서 땔감을 떼니 아이들이 더 이상 고생하지 않아도 됐다. 또 우물을 만들어주니 아이들이 강가에 가지 않아 악어에 당할 일도 없어졌다.

김 전무의 활동은 기업에서 사회공헌을 주도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사회 공헌의 전도사’로 나서는 것이다. 전 사회적으로 사회공헌을 활성화하기 위해 강연 활동도 활발히 벌이고 있다. 그래서 만학의 길을 걸어 ‘사회공헌 PR’을 주제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이런 사회공헌에 대한 열정은 기자 생활 때부터 싹텄다. 중소기업에 관심이 많던 그는 사회복지체계에도 눈을 돌렸다. 그러나 언론사는 보도 이외에는 사회적으로 공헌하기가 어려웠다. “제가 기업에 왔을 당시만 해도 사회공헌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어요. 기업의 이윤을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데 사회공헌만한 게 없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 쌓을 수 있고요. 그래서 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고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기업홍보와 사회공헌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 전무도 기자 생활을 그만 두고 기업에 도전하기까지 고민도 컸다고 한다. 그러나 “비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때마침 다가온 변화의 손길을 그는 뿌리치지 않았다.

김 전무는 ‘이모작’을 고민하는 언론계 후배들에게 “언론계 내에서 직장을 자주 옮기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어느 정도 경력이 성숙하면 언론계 밖으로 나가 새로운 도전을 해보는 것은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기업에 와서 보니 MBA 출신보다 기자 출신들이 일의 핵심을 더 잘 짚어냅니다. 기자는 독자와 취재원, 기업홍보인은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소통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에요. 또 기자의 균형감각은 기업 생활에도 도움이 됩니다. 회사만 일방적으로 옹호해서는 소비자와 소통할 수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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