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FTA, 깨어진 약속' 현지취재 통한 ISD 의문점 해소 호평

[제25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기자상 심사위원회

경기일보 ‘MB 사돈기업 골프장 추진’ 저수지 용도 폐기 등 권력 개입 밝혀내

제259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는 ‘새로 등장한 플랫폼을 어디까지 심사 대상으로 인정할 것이냐’라는 고민으로 시작되었다. 출품된 총 33건의 작품 중 팟캐스트(‘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은폐 사건 특종 보도’, 오마이뉴스)나 유튜브(‘총리실 불법 사찰 관련 연속 보도’,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방영된 기사들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 매체는 한국기자협회의 정식 회원사가 아니다. 따라서 이들 매체가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논의 결과 어떤 종류의 매체건 그 매체에 속한 기자가 한국기자협회 회원일 경우 기자상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한국기자협회의 가이드라인을 따라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 또한 이를 준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심사 대상에 포함된 리셋 KBS 뉴스9의 ‘총리실 불법 사찰 연속 보도’는 취재보도 부문에 출품된 10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수상작으로 결정되었다. 파업 중인 기자들의 노작(勞作)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 이 기사는 구체적인 물증을 통해 불법사찰 사실을 드러냄으로써 그간의 공방을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법원 판결문에서 불법사찰 문건의 존재를 확인하고 증거열람 복사신청 등을 통해 이를 확보하는 등 관련 문건을 입수하는 과정에서 불법·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지 않고 공식적으로 접근한 점 또한 높이 평가됐다. 단 노무현 정부 아래 이뤄진 감찰과 이명박 정부 아래 이뤄진 민간인 불법 사찰을 분명하게 구분해 발표하지 못한 점, 이로 인해 보도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린 점 등은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취재보도 부문에서는 이와 더불어 한겨레21의 ‘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 재판 기록 단독보도’와 한국일보의 ‘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연속 특종보도’ 등 총 3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중 한겨레21 보도는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을 토대로 작성됐다는 점에서 오마이뉴스가 출품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 인멸 은폐 사건 특종 보도’와 경쟁을 벌였다. 오마이뉴스 보도는 장진수 전 주무관 연속 인터뷰를 통해 불법사찰과 관련한 새로운 사실들을 폭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쟁점화했다는 점에서 호평받았다. 그러나 최초 보도라는 측면에서 한겨레21이 상대적으로 앞섰다는 점, 정 전 주무관의 증언 외에 방대한 재판 기록 등을 통해 사안에 접근하려 노력했다는 점 등으로 인해 한겨레21이 최종 수상작으로 결정되기에 이르렀다. 한국일보 보도는 고리원전 1호기 정전 사고가 상부에 제대로 보고되지 않은 데 대한 의문을 갖고 사안을 추적한 결과 원전 간부들이 사고 사실을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드러났듯 원전 관련 정보는 이해 관계자들에 의해 은폐되고 왜곡되는 일이 흔하다는 점에서도 한국일보 보도는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였다.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에서는 한겨레의 ‘FTA, 깨어진 약속’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이 보도는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한·미 FTA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ISD 소송을 이미 다양하게 경험한 미국·캐나다 등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관련국 현지 취재를 통해 ISD 관련 의문점을 다각적으로 해소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기획보도 신문 부문에서는 국제신문의 ‘부산은 무엇을 기억하는가’가 기획의 참신성 등을 인정받아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지역취재보도 부문에는 총 12편의 작품이 출품돼 치열한 경합을 벌인 결과 경기일보의 ‘MB 사돈기업의 권력형 골프장 추진 논란’, TJB 대전방송의 ‘4대강 세종보, 치명적 결함 단독 보도’ 2편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경기일보 보도는 골프장 건설을 위해 저수지가 용도 폐기된 현장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지역이 대통령 사돈기업(한국타이어)의 골프장 건설 계획과 연관돼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TJB 대전방송 보도는 세종보 공사에 참여한 잠수부의 증언을 토대로 탐문을 벌인 결과 보 수문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점을 최초 폭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이 밖에 민주통합당 국민참여경선의 문제점을 지적한 뉴시스광주의 ‘민주통합당 투신자살 사건’ 보도와 국보 낙서범으로 몰릴 뻔한 한 청소년의 억울함을 풀어준 경상일보의 ‘국보 천전리 각석 낙서범 진위 의혹’ 보도 또한 수상작으로 결정되지는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전문보도 부문에서는 한국일보 사진부의 ‘민간인 사찰의 몸통, 이영호의 수난’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몸통’을 자처한 기자회견을 일방적으로 끝낸 직후 회견장을 떠나 기자들과 몸 싸움을 벌이다가 아스팔트 바닥에 쓰러진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을 순간 포착한 이 사진은 기자회견 내내 호통을 치던 이씨 모습과 대비되어 임팩트가 더 컸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자상 심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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