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 재판 기록

[제25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겨레21 김남일 기자


   
 
  ▲ 한겨레21 김남일 기자  
 
‘한겨레21’ 기사는 사실상의 고소장이 되었습니다. ‘청와대 행정관,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지시 증언·재판 기록’ 단독 보도가 나간 뒤 ‘한겨레21’ 전 편집장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에 의해 불법사찰을 당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우리의 보도가 또 다른 후속 보도를 불러 은폐되었던 불의에 한발 더 다가간 것입니다.

불법사찰 피해자의 처지가 되고보니 후속 기사는 어쩔 수 없이 고소장이 되었습니다. 삭제되고 조각으로 흩어진, 그래서 더 이상 확인할 길 없는 불법사찰 ‘의혹’들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사건 한가운데 휘말린 당사자일수록 의혹보다는 불편부당한 기사가 필요하다는 편집장의 주문이 기자의 초심을 일깨웠습니다. 대통령 얼굴이 표지에 가득한 ‘한겨레21’ 후속 기사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2010년 불거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은 말그대로 충격적 사건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국가정보원에 의한 언론과 시민사회에 대한 압박, 군 정보기관인 기무사까지 민간인을 사찰한 정황이 드러난 상황에서 공직기강 확립과 공직자 비위행위 적발이 주임무인 공직윤리지원관실까지 나서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인을 표적 사찰했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퇴행을 보여준 극단적 사례였습니다.

이명박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던 2010년 7~8월 검찰 수사가 시작됐지만 수사는 시작부터 부실로 점철됐습니다. 검찰 수사는 결국 ‘윗선’을 밝히지 못하고 흐지부지 됐습니다. 검찰의 부실수사는 정권 후반기 국정운영을 도와주기 위해 의도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2010년부터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각자의 부서에서 취재를 했던 기자들은 증거인멸에 사용된 대포폰을 청와대 행정관이 지급한 사실까지 드러났는데도 검찰이 ‘윗선’을 밝히지 않은 채 수사를 끝냈다는 점에 의문을 품고 추가 보도를 위한 물밑 취재를 벌여 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에서 여러 취재원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이 없었다면 이번 기사는 나오기 힘들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이 사찰당했습니다. 무차별적인 불법사찰도 모자라 권력 핵심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뒤 입막음까지 시도했습니다. 부실한 수사로 사건은 덮어지는 듯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런 불의의 과정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했습니다. 언론의 역할은 그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 한 번 더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하는데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민간인 불법사찰의 ‘윗선’에게 수상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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