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1호기 정전사고
[제25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국일보 김종한 기자
한국일보 김종한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5.16 15: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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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김종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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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다. 국내에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우리나라 원전은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과거엔 그 말을 있는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었고 원전의 혜택인 전기를 펑펑 써댔다. 그런데 고리원전 1호기 블랙아웃(완전 정전) 사고 은폐 모의 사건을 취재할수록 정부의 원전 운영과 관리는 허점투성이임을 알게 됐다.
놀랐다.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을 염려해 보고하지 않았다”는 고리원전 1호기 현장 간부들의 해명을 들었을 때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 정도 안전의식으로 원전을 운영하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다.
어려웠다. 고리원전 현장 간부들이 사고를 은폐하기로 결정했다는 ‘한국일보’의 첫 특종보도를 비롯해 이후 후속 취재과정까지. 원전은 국가보호시설로 접근이 사실상 차단돼 있는 데다 ‘국익을 위한 비밀’이란 장막을 걷어내기엔 도와 줄 전문가도 타 분야에 비해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리원전 정전사고가 발생한 지 두 달여가 흘렀다. 하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누구보다 불안에 떨고 있는 부산 기장군 고리원전 주변 국민들은 ‘즉각 폐쇄’를 주장하고 있다. “잘 사는 걸 떠나 일단 살고 싶다”는 그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고 있는데 정부는 오는 6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정밀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고리원전 정전사고를 계기로 노후화한 원전에 대한 재연장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다시 부상했는데 오는 11월 수명이 만료되는 월성원전 1호기를 놓고 사실상 재가동 방침을 굳힌 정부 측과 ‘절대 불가’를 외치는 지역 주민들, 반핵단체들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이번 취재를 계기로 생활도 많이 바뀌고 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전등을 끄는 등 에너지 소비를 줄여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신 원전과 관련된 정부의 방침과 주장은 앞으로도 꾸준히 관심을 갖기로 했다. 원전은 값싼 전기를 쓰는 현 세대가 미래세대에게 핵폐기물 관리 등 여러 짐을 지우는 발전 방식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취재과정에서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던 박상준 부산취재본부장, 하종오 사회부장 겸 부국장, 이성철 산업부장, 이희정 문화부장께 감사드린다. 또 원전 전문가는 모두 원전 비호세력, 소위 ‘원전 마피아’라는 항간의 풍문을 불식시키며 조언해준 일부 교수들과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갖추고 취재에 적극 응해준 반핵단체 등에도 감사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