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한데? 무심코 던진 말이 자존감 무너뜨려"

경향신문 노조 여성부장 정유진 기자


   
 
  ▲ 경향신문 노조 여성부장 정유진 기자  
 
“○○씨. 오늘따라 섹시해 보이는데?”
무심코 내뱉는 남자 선배의 말 한 마디. 옷의 특정 부위를 지칭하며 언급한 그 말에 대한 불쾌감은 후배 여기자에게 성희롱으로 다가온다. 경향신문 노조에서 여성부장을 맡고 있는 정유진 기자(전국부)는 사내 성희롱 사례를 수집해 노보에 글을 실었다. 남자 선배들의 각성을 촉구하는 글로 사내 여론은 제법 들썩였다.

-사내에 문제제기를 한 이유는.
“친해지기 위한 노력으로 한 발언일 수 있지만 후배 기자가 받은 불쾌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연조가 어린 기자들은 면역이 돼 있지 않다. ‘○○씨는 얼굴이 예쁘니 취재가 잘 되겠어’ ‘취재가 안 되면 가서 애교라도 부려봐’ 라는 말은 기자의 자존감에 상처를 준다.”

-실제 여기자들이 사내에서 느끼는 성희롱 체감도는.
“노조 여성부장인 제게 털어놓은 여성 조합원들의 고충은 크다. 괜히 공론화했다가 사이가 불편해질까 두려워했다. 여자 후배들에게 외모에 대한 평가, 회식자리에서 낯부끄러운 장면을 연출하는 사람 등 제가 10년 전 부서 회식 차 간 노래방에서 경험한 ‘찜찜함’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다.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 대한 기본적 예의의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취재현장에서 겪는 여기자들의 고충도 있다.

“여전히 나이 많은 취재원들은 여기자들을 젊은 여성의 일원으로 객체화한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난감한 질문을 물어보면 딸한테 하듯 볼을 꼬집거나 ‘나한테 맞아볼래?’ 식의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남자 기자한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어린 여기자들은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다.
“저 같은 경우는 10년차가 됐기 때문에 부장들에게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린 기자들은 그러기 어렵다. 성희롱을 당한 한 당사자는 몇날 며칠 동안 고민에 휩싸였다. 국장·부장·차장 등 연조 높은 선배들이 느끼는 것보다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는 것이 훨씬 수직적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성희롱 예방 교육 전문가들을 통해 사례를 학습하고 배우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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