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훈단체·업자의 용호만 수의계약 꼼수

제258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 부산일보 김백상 기자  
 
기자에겐 취재를 꺼리고 싶은 대상이 몇 개 있다. 대표적인 게 종교단체다. 대한상이군경회도 비슷하다.
이런 단체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나가면 집단적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오랜 경험 때문이다. 기자를 ‘피곤’하게 만들 우려가 크다는 뜻이다.

‘용호만 수의계약 꼼수’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일 수 있었다. 언론사가 기피하고 싶은 상이군경회라는 단체가 사건과 깊숙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서인지 용호만 수의계약 꼼수 보도는 계약 체결 뒤 본보를 통해서 1년 가까이 지나서야 시작됐다.

내막은 이렇다. 상이군경회는 바다를 매립한 땅에 복지관을 짓는다며 부산시로부터 수의계약으로 헐값에 땅을 얻는다. 그러고는 별다른 가격 차이 없이 건설회사에 땅을 팔아넘긴다. 사실상 거래 당사자는 부산시와 건설회사였다.

물론 취재는 간단하지 않았다. 매입대금의 출처와 전달과정, 실제 땅 소유주와 건설회사·상이군경회·부산시의 관계 등을 파악해야 했다.

많은 서류를 들여다보고 긴 시간 당사자들을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사자들로부터 수의계약 자체가 처음부터 헐값에 땅을 사기 위한 속임수였다는 실토를 받았다. 상이군경회 등이 스스로 위법성을 인정하게끔 부정하기 어려운 증거들을 모으고 취재했다.

본보 보도로 촉발된 검찰 수사 결과 돈을 두고 설계자와 물주, 그리고 상이군경회 사이의 지저분한 ‘암투’도 드러났다. 발뺌하던 부산시가 모든 걸 알면서도 방치한 사실도 밝혀졌다.

“그런 단체 혹은 사람들은 기사화도 어렵고 우리를 피곤하게 할 뿐이다.” 취재 후기를 마무리하면서 기자들 스스로에게 던지는 이 핑계들을 다시 생각해본다.

꽤 많은 기자들이 이런 핑계로 좋은 기사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또 이런 핑계가 모여 우리가 성역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자들 사이에 핑계가 사라진다면 요즘 회자되고 있는 ‘전통 언론의 위기’라는 말도 사라질 듯하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