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부의 보고서, 평창을 점령한 그들
제25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방송 / KBS 정윤섭 기자
KBS 정윤섭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4.04 15: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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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정윤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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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강원도 평창이 3수 끝에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유치 성공 소식이 전해진 직후 세간의 관심은 방송인 강호동씨의 평창 땅 구입 사실에 쏠렸다.
제작진은 강호동씨가 사들인 땅의 위치가 궁금했고, 나아가 강씨가 연고도 없는 지역에 굳이 20억원이나 들여 땅을 사들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강씨 외에도 많은 ‘성공한’ 사람들이 땅을 사들였을 것이라는 확신에서 취재에 착수했다. 그것은 곧 재벌이나 정치인, 전현직 고위공직자 등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어떻게 부를 축적하고 유지하는지 특히 이 과정에 부동산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주목한 곳은 강씨의 땅이 있던 알펜시아리조트 북서면 인접 토지였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2천 건에 가까운 토지등기부등본과 관련 서류를 분석했고 그 결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일가와 GS그룹 일가, 중견기업 오너들, 그리고 현직 국회의원과 전직 검찰총장 등 전현직 고위공직자들의 땅이 발견됐다. 어떤 인사는 알펜시아리조트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 사장을 지냈고, 어떤 인사는 알짜배기 땅을 소유하고 있다가 공직선거를 앞두고 매각하기도 했다. 대부분 부인이나 자녀 등 가족의 명의였다.
하지만 취재대상이 된 인사들의 해명이 더욱 가관이었다. 단지 투자를 했을 뿐 아무런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식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그들이 지금도 부동산에서, 그것도 올림픽이라는 국가적인 행사에 뒤따른 개발 호재에 편승해 부동산을 구입하고 시세차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현실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물가에, 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서민들의 입장에선 그저 딴 세상 얘기일 뿐이다.
지금 언론 현장은 격변을 겪고 있다. 이 프로그램 취재 기자들도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언론인이라는 자존심 하나로 힘든 싸움에 나선 선후배 동료 기자들과도 수상의 영광을 함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