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겨울, 쪽방

제25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 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 연합뉴스 차지연 기자  
 
‘기사를 쓰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2012 겨울, 쪽방>의 에필로그는 이렇게 시작한다. 모두 14편의 기사를 쓰는 동안 제일 많이 든 생각이다. 부담감과 막막함에 갈피를 못 잡고 휘청댈 때마다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길을 일러주신 김현준 사회부장과 사건팀장 이광철 캡께 먼저 감사드린다.

겨울의 쪽방은 춥고 배고팠다. 방 안 온도는 항상 영하였고 한번 씻으러 나가려면 큰 결심을 해야 했다. 부족한 돈으로 먹을 수 있는 것 중엔 라면이 제일 나았다.

추운 데서 견디며 안 씻는 거야 사회부 사건팀 수습 교육 시절 다 해봤기에 그리 낯설지 않았지만 진짜 어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쪽방촌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었다. 주민들은 기자를 반기지 않았다. ‘숱하게 많은 기자가 다녀갔지만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고작 한 달 살고 기사를 쓰겠다는 것은 오만’이라는 비웃음과 불신에 자신있게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나를 ‘딱한 사정이 있는 여학생’쯤으로 생각한 이웃들이 호의를 베풀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그러나 처음에는 지나치게 긴 것 같던 한 달이 막바지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매일 밤 일기를 쓰고 주민들과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을 글로 옮기면서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또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되새기려 애썼다. 반은 기자, 반은 쪽방 주민이 됐을 때쯤 취재는 끝났다.

통신기자가 ‘전재되지 않을 각오’를 하고 기획 기사를, 한 달씩이나 시간을 들여 쓴다는 것은 큰 부담이었다. 그럼에도 빈곤 주거 문화의 대표격으로 자리잡은 쪽방촌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싶었다. 명절과 혹한ㆍ혹서기의 반짝 관심이 아닌 진짜 취재를 하고 싶었다.

안정적인 주거는 삶의 기본이다. 쪽방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질병과 실업, 가난은 끝없이 악순환한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 게으른 사람들이 사는 곳’이라는, 쪽방촌에 대한 세상의 흔한 편견을 지우는 것에서 문제 해결은 시작되리라 믿었다.

부족한 제가 큰 상을 받기까지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 나를 기꺼이 이웃으로 받아들여 준 동자동 주민들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혹여 외부인의 시선으로 기사를 쓰다가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진 않을지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다. 그 고민과 걱정들이 전혀 쓸데없는 것은 아니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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