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사찰 본질 호도해선 안돼"
'리셋 KBS 뉴스9' 총괄 김경래 KBS 새노조 편집주간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2.04.04 14:5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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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래 KBS 새노조 편집주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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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중인 기자들이 세상을 뒤집어 놓았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가 지난달 30일 ‘리셋 KBS 뉴스9’를 통해 폭로한 민간인 불법사찰 문건은 4·11 총선을 앞두고 정국을 뒤흔들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4년 동안 특종 없는 뉴스만 하던 KBS”의 기자들이 ‘리셋 뉴스’ 방송 3회 만에 세상을 들썩이게 할 특종을 해낸 것이다.
사실 ‘리셋 뉴스’의 특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지난달 13일 첫 방송에서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청와대가 입막음을 위해 돈 거래를 한 정황을 최초로 포착해 보도했다. 이후 사찰 건은 ‘리셋 뉴스’ 제작팀의 최대 관심사였다. ‘리셋 뉴스’ 제작을 총괄하고 있는 김경래 새노조 편집주간은 “현재 대한민국의 모순을 잘 보여주면서도 지상파가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뉴스들 가운데 사찰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사찰 건에 천착한 끝에 겨우 삭제되지 않고 남아 있던 2619건의 문건을 확보할 수 있었다. 파장은 엄청났다. 민간인과 언론사 등을 상대로 자행된 무차별적인 불법사찰의 실체는 전 국민을 경악케 했다. 그러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청와대는 즉각 “사찰 문건의 80%는 참여정부 때 작성된 것”이라며 물타기에 나섰다. 하급 공무원들에게 책임 떠넘기기, 꼬리 자르기도 이어졌다. 일부 언론과 KBS는 이 같은 청와대 해명에 보조를 맞추고 나섰다. 이에 대해 김경래 편집주간은 “(일부 표현상의 잘못으로) 오해를 빚은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본질은 민간인 사찰이 실제로 다수에게 행해졌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공개한 사찰 문건의 본질은 참여정부가 몇 건을 했느니, 지금의 총리실이 했느니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민간인 사찰이 실제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거다. 김종익 씨 외에도 민간인 사찰이 더 있었고, 여기에 어떤 불법적인 요소가 있었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 지금 청와대 프레임은 ‘너나 나나 다 똑같다’는 건데, 그 프레임에 말려들면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무책임한 보도다.”
‘리셋 뉴스’ 제작팀은 문건을 입수하며 “특종 경쟁은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래서 어렵게 입수한 문건들도 기꺼이 다른 언론사들과 공유했다. 그 덕분에 선의의 특종 경쟁이 이어지며 연예인 사찰 의혹과 같은 진실이 추가로 폭로되고 있다.
그런데 일련의 상황들이 KBS 경영진에는 마뜩찮은 모양이다. ‘리셋 뉴스’에 대해 끊임없이 법적 시비를 걸고 수차례 공문을 보내 제작 중단을 요구하더니 급기야 리포트를 맡은 기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고 징계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리셋 뉴스’팀의 분위기는 오히려 한껏 고무돼 있다. 민간인 사찰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추가 취재를 통해 사찰의 범위와 규모, 실제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낸다는 계획이다. 또한 천안함 사건과 김인규 사장 재산 검증과 관련해서도 특종을 예고하고 있다. 김경래 주간은 “총선과 상관없이 민간인 사찰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며 “총선이 끝난 뒤에도 언론과 정치권은 민간인 사찰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계속해서 문제 제기를 하고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