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돈키호테라고요? 혁신가라 불러주세요"

한겨레 박중언 신임 노조위원장


   
 
  ▲ 한겨레 박중언 노조위원장  
 
한겨레 박중언 신임 노조위원장은 사내에서 ‘돈키호테’로 불린다. 논쟁이 벌어질 때 그는 창을 든 돈키호테처럼 거침없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사내 전체메일을 보내 의견을 묻고, 아래위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만난다. 지난해 사장 선거에 출마한 50대의 시니어 기자. 노조위원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에 놀란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던 이유다.

“돈키호테요? 하하하. 혁신가라고 해둡시다. 안 되는 일에 돌진했던 게 돈키호테라면 저는 되는 일에 도전하니까 혁신가에 가깝죠. 직원 500명 중에 1명 정도가 이런 돈키호테라면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다.”
조합원들의 ‘행복지수’와 ‘재미지수’를 높이겠다는 박 위원장. 그는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게 노조위원장으로서의 목표”라며 임기 1년의 공약을 제시했다. △물가상승률 이상의 임금인상 △자기계발·육아·건강 등 사내복지의 새 틀 짜기 △성과급 체제 구축 △제작 공정에 초점을 둔 지면 감시 등이 구체적 목표다.

세대 갈등과 파벌 다툼은 한겨레의 해묵은 숙제다. 그는 “파벌 자체를 나쁘게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파벌이 긍정적인 방향을 위해서 얼마나 기여를 했느냐를 봐야겠죠. 한겨레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권장할 만도 합니다. 단 치유를 위해서는 광장으로 나와 토론하고 싸워야 된다는 게 전제조건입니다.”

시니어 기자들의 인력 재배치도 조만간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선임기자는 21명으로 타 언론사에 비해 많은 편이다. 그는 “우리 세대 기자들이 대접받기를 원하지 않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갖지 못해 가진 불만들은 많다”면서 “현재의 편집국 구조에서는 기여할 방법이 없다. 이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조직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을 취재기자와 차장급 데스크 사이의 중간단계에 투입할 것을 제안했다. “오랜 기자생활의 경험에 비춰보면 기사를 오래 붙들고 있다고 좋은 기사가 나오는 건 아닙니다. 마감시간을 앞당기고 시니어급 기자들이 기사를 가다듬어 준다면 좀 더 완결성 있는 기사가 나올 겁니다.”

2014년 사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답했다. “제가 이 회사에서 가치를 두고 있는 건 사람들이 다닐 만한 회사를 만드는 겁니다. 한겨레에서 가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거란 겁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