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를 공공의 자산으로

제257회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부산일보 이자영 기자


   
 
  ▲ 부산일보 이자영 기자  
 
2011년 11월 30일, 부산일보의 윤전기가 멈췄다. 노사 갈등 때문에 신문이 결간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노조의 파업 탓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윤전기를 세운 것은 노조가 아니었다. 사측이었다. 회사가 신문 발행을 중단시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부산일보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불리한 기사를 게재하려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인터넷 홈페이지도 폐쇄됐다. 독자를 위해 온라인 서비스라도 정상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항의한 기자들의 주장은 묵살됐다. 사측은 신문이나 독자보다 소유주인 정수장학회의 눈치를 더 살피고 있었다. ‘편집권 독립’이란 말이 무색해졌다.

하루 전인 11월 29일,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 이호진 지부장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정수재단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해 재단과 회사의 명예를 훼손하고 사장 후보 추천 방식을 묻는 사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는 것이 징계 사유였다. 사측은 이 모든 것을 불법 노조활동이라고 규정했다.

회사는 뒤이어 ‘정수재단 사회 환원 요구’ 기사를 1면에 게재한 이정호 편집국장을 대기 발령했다. 사측과 재단은 그동안 ‘편집국장 3인 추천제’를 내세워 부산일보는 ‘편집권 독립’이 어느 회사보다 잘돼 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가 실리자 기자들이 뽑은 편집국장을 직위 해제해 버린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기자들은 우리 자신의 부끄러운 역사라 할 수 있는 정수장학회 문제를 파헤쳐 보도하기로 했다. 정수장학회의 오욕의 역사에서부터 부산일보와의 관계까지 면밀한 취재와 기획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해 12월 ‘부산일보 제2 편집권 독립 운동’ 시리즈에 이어 올해 1월에는 ‘정수장학회를 공공의 자산으로’ 시리즈를 6회에 걸쳐 보도했다.

기자들은 부산일보 경영진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직접 취재도 시도했다. 재단 이사장과의 전화 인터뷰, 정수장학생 출신 졸업자 모임 상청회 회장과의 인터뷰도 이뤄졌다. 또 장학금 수혜 대학생 조직인 청오회 학생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 방문 등 일부 정치적인 행사가 장학회 내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 보도를 통해 부산시민을 비롯한 전국 독자들도 부산일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기 시작했고 격려와 응원이 쏟아졌다. 독자위원들 역시 “부산일보 사태가 노사문제가 아닌 언론 공공성 문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기획 보도를 호평했다.

공정 보도를 위한 싸움은 이제 부산일보의 문제만이 아니다. 2012년 3월 현재 MBC, KBS, YTN, 연합뉴스, 국민일보 등 수많은 언론사가 편집권 독립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달의 기자상’ 특별상 수상의 영광을 이 모든 언론 노동자들과 함께하고 싶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