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대륙을 가다
제257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사진/국민일보 이동희 기자
국민일보 이동희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3.07 16: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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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일보 이동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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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표 미소에 웃다가 크레바스 공포에 떨었던 변화무쌍한 남극의 매력, 결코 인간의 방심을 용납하지 않았다.
미지에 대한 동경과 설렘, 동시에 두려움으로 출발한 남극취재는 2011년 12월 18일부터 2012년 1월 25일 기간 동안 극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남극 장보고 기지(남위 74도37, 동경 164도12) 건설예정지인 남극 테라노바 만까지 직선거리는 3600㎞. 오가는 여정 중에 러시아 스파르타호와 한국어선 정우2호 구조를 위해 항해한 거리를 포함하면 40일간 1만여㎞를 항해했다. 망망대해를 달리는 아라온호에서 보낸 날만 25일이었다. 그 중에 10여 일은 거친파도가 아라온호를 삼킬 듯했다. 파도로 인한 배의 롤링은 바로 서 있기조차 힘들게 했지만 배멀미로 시작된 항해일정은 어느새 일상으로 다가왔다. 마치 놀이동산의 바이킹을 10여 일간 쉬지 않고 연속적으로 탄 느낌이었다.
남위 65도 아래로 내려가자 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백야(白夜)현상이다. 밤에도 해가 중천에 떠 있어 밖이 훤하다 보니 낮과 밤을 도통 가늠할 수 없었다. 하늘이 밝으니 언제든 근무가 가능했다. 사진촬영에도 플래시 없이 적정 노출이 나와 사진기자 입장에선 하루종일이 근무시간이었다. 남극의 자연을 렌즈에 담기 위해 600㎜ 장촛점 렌즈와 카메라 2~3대를 목에 걸고 난생 처음 보는 모습들을 기록으로 남겼다.
애초에 남극 장보고 기지 건설예정단의 활동과 남극대륙의 환경에 대한 취재로 신년호와 기획 4회분으로 보도 예정이었다. 그러나 남극해에서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12월 말 러시아 스파르타어선 구조와 1월 초 한국 정우2호 어선 화재사건이다. 쇄빙선 아라온호가 극지바다에서 얼음을 쫙쫙 깨면서 성공적인 구조활동을 펼쳤다. 이 모든활동들은 남극 현장에서 생생하게 취재하여 지면을 통해 보도됐다. 남극의 하루하루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들이었다.
얼음대륙 남극의 테라노바 만에 도착한 장보고기지(남극 제2기지)는 장보고기지 건설준비를 위해 한국의 과학기술자들의 열정으로 뜨거웠다. 혹한과 폭풍이 몰아칠 때면 서 있기조차 어려운 영구동토의 땅. 그러나 남극 최고의 기지를 짓겠다는 신념으로 눈보라를 뚫고 기지 개척의 첫 삽이 극한환경에서 모든것을 극복하고 있었다.
남극에는 해가 지지 않는 영상5도의 여름날씨와 해가 뜨지 않는 긴 겨울과 영하 89도(관측 최저온도)까지 떨어지는 극한의 추위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곳에선 기후변화 등 인류의 미래를 예견하는 연구가 가능하다. 그래서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세상의 끝에서 미래를 열어가겠다’라는 슬로건 아래 극지연구원들의 연구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2014년 기지 완공을 목표로 둔 대한민국은 세계 9번째로 남극에 2개의 기지를 갖게 되는 나라가 된다. 부디 성공적인 장보고기지 완공을 통해 극지연구에 새 지평을 열어주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