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획 2012 트위플 혁명
제25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한겨레 안수찬 기자
한겨레 안수찬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3.07 16: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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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안수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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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 되면 기자들은 ‘기획 독촉’에 시달린다. 기자라면 그 스트레스를 피하고 싶을 것이다. 연말·연초를 홀가분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것이다. 우리에게 그런 행운은 오지 않았다. 지난해 4월 만들어진 한겨레 탐사보도팀은 평균 월 1회꼴로 거대 사회 변동에 착안한 기사를 써왔다. 신년 기획을 주문받은 지난해 10월 말, 우리는 정말 한숨을 돌리고 싶었다.
그러나 기왕 맡은 일이라면 특별히 잘 해내고 싶었다. 관성적으로 생산해 온 ‘신년 기획’이라는 영역에서 새 전범을 만들어 보자고 욕심냈다. 그것이 심층보도를 위한 뉴스룸 안팎의 지지·성원을 높일 것이라 기대했다. 미국 사우스앨라배마대학의 제임스 어코인 교수는 “탐사 기자가 갖춰야할 능력 가운데 하나는 ‘사내 정치력’”이라고 말했다. 능력과 성취를 입증해 다른 기자들의 지지·성원을 얻지 못하면 탐사보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처음부터 우리는 프레임 차별화를 꾀했다. 한국 정치 기사는 유력 정치인 중심, 여론조사 중심, 판세 중심 등 일정한 패턴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를 아우르면서도 뛰어넘는 ‘매개’를 고민했다. 그 가운데 트위터를 발견했다. 트위터 관련 기사는 다른 언론에서도 등장한 적이 있다. ‘2012 트위플 혁명’이 남다른 기획이었다면 원동력은 ‘공부’에서 비롯한 것이다. 단행본, 학위·연구논문, 각종 보고서 등 50여 종 2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자료를 나눠 읽었다. 대학 시절 세미나 하듯이 요약·발제도 했다. 트위터 관련 연구가 최근에서야 시작된 것이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읽어야 할 자료는 더 방대했을 것이다.
2주에 걸친 공부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프레임들을 발견했다. 이는 그대로 구체적인 기획안으로 진화했다. 분석의 ‘사회과학적 도구’도 발견했다. 모르는 것을 묻기 위해 진행된 인터뷰는 전문가들이 우리의 열정을 신뢰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공동 취재·조사를 추진하는 바탕이 됐다.
마감 압박 가운데서도 ‘혼융의 기획’을 구현하려 애썼다. 사회과학과 저널리즘을 혼융했다. 몇몇 전문가를 인용하는 수준을 넘어 사회과학의 성과를 저널리즘에 접목시키고 싶었다. 아울러 여러 방법론을 버무리려 했다. 다양한 분석 결과를 교차시켜 사안의 중층성을 드러내고 싶었다. 동시에 계량적·정성적 방법론을 함께 적용했다. 체감·공감의 바탕 위에 통계 분석을 전달하고 싶었다. 인포그래픽, 스트레이트, 해설, 내러티브 등을 지면에 함께 펼쳤다. 구조와 함께 개인을 드러내고 거시적 관점과 함께 미시적 경험을 두루 전달하고 싶었다.
미디어 자체가 정의롭거나 선하지는 않다. 새로운 미디어인 트위터가 한국 시민사회-정치구조에 좋은 영향을 주려면 이를 사용하는 시민들의 합리성이 필요하다. 언론의 체계적 분석과 공정한 보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가 그 일에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달력기획’의 품격을 높였다는 평가를 누군가 해준다면 덤의 격려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