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 학교폭력

제257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중앙일보 윤석만 기자


   
 
  ▲ 중앙일보 윤석만 기자  
 
“지난 세월은 잊기 위해 살아온 시간이었습니다.”
웃음치료사 진진연(41)씨의 말이다. 진씨는 중학교 때 당한 학교폭력의 트라우마에 20년을 갇혀 살았다. 자살기도만 5번, 그의 손목에는 지난 세월의 아픔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그를 통해 취재팀은 ‘학교폭력=범죄’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대구 중학생을 자살로 몰아간 것은 단순히 그를 괴롭힌 가해자뿐만 아니라 폭력을 방치한 교사, 학부모, 사회 모두의 책임이었다. 무엇보다 학교폭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어른들의 인식이 가장 큰 잘못이었다.

취재팀은 적나라한 실태를 보도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면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학교폭력을 이겨낸 당사자, 교사, 부모들의 경험담을 통해 학교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범죄인지를,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 모두가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나아가 노르웨이 ‘멈춰’ 프로그램, ‘호루라기 친구’ 등 현장에서 실천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했다. 본지가 제안한 대책들은 대부분 정부가 발표한 학교폭력종합대책에 반영됐고 보도 과정에서 ‘사이버불링’ 방지법 등 법률로 제정됐다. 이메일과 SNS 등을 통해 전달된 독자들의 소중한 의견은 본지가 제안한 정책에 대부분 녹였다.

취재팀에 쏟아지는 수많은 의견들을 보면서 ‘이제는 정말 학교폭력을 근절해야 한다’는 결심을 했다. 단순히 정책 제안만 할 것이 아니라 전 국민적 캠페인을 통해 사회 여론을 바꿔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본지는 2012년 첫 주부터 ‘멈춰 학교폭력-학교ㆍ가정ㆍ사회 세 바퀴 범국민 운동’을 전개했다. 캠페인에는 각 시·도교육청과 교육단체, 정부부처 등의 폭발적인 참여가 이어졌다. 사회여론도 학교폭력 근절에 의견이 모아졌고 지난달 국무총리의 담화로 시작된 정부의 대책 발표는 그 어느 때보다 엄숙했다. 80여개의 법 조항을 손보는 등 강도 높은 처벌방안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학교폭력 해결의 근본 대책은 ‘처벌’이 아니라 ‘예방’이기 때문이다. 가해 아이들을 범죄자로 키울 게 아니라 폭력이 사라진 성숙한 교실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사회가 모두 나서야 한다. 가정에서는 올바른 밥상머리 교육으로 자녀들을 가르치고, 학교에서는 참 스승의 모습으로 학생들을 인성교육해야 한다. 사회에서는 원칙과 정의, 질서, 배려 등 그동안 소홀히 했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살려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본지가 시작한 ‘멈춰 학교폭력’ 캠페인의 핵심이다.

본지는 앞으로도 정부의 대책이 현장에서 잘 실현되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할 것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우리의 아이들이 바르게 커갈 수 있도록 온 사회가 나서야 한다. 촉매 역할에는 본지가 앞장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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