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카드결제사업자 전격조사

제257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경향신문 박병률 기자


   
 
  ▲ 경향신문 박병률 기자  
 
지난해 11월께. 꽉 찬 메일계정을 정리하다가 한 통의 메일을 뒤늦게 발견했다. 세달 전인 8월 말께 전달된 제보메일로 “당신 기사를 보니 카드수수료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밴 업계도 문제가 많으니 관심이 있으면 연락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곧 연락을 드리겠다”고 해놓고 나는 까먹고 있었다.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로서 당시 최대 이슈는 저축은행이었다. 밴 사업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의 메일주소로 다시 메일을 보냈다. ‘정신없이 바빠서 연락이 늦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면 한번 보자’는 내용이었다.

알고 보니 그는 여의도에서 가까운 데에 있었다. 며칠 뒤 마감을 하고 그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짜장면을 먹고 있던 그와 그의 동료를 만났다. 3시간 가량 카드결제업계의 이런저런 얘기를 듣게 됐다. 그는 열정적이었다. 그가 경험한 카드결제대행사업은 문제가 많았다. 관리감독 기관이 없던 탓도 컸다. 그는 이대로 카드결제업계를 두면 공멸한다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카드결제시스템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카드결제업계의 정보관리 부실, 만성화된 리베이트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사화하기에 부족했다. 그의 제보는 기사쓰기에 똑부러진 게 아니었고 증명할 내용도 없었다. 일주일간 금융당국 관계자를 비롯해 신용카드업계, 신용카드결제업계, 가맹사업점주 등 관련자들을 다양하게 취재했다. 비로소 전체 얼개가 잡혔다.

10월19일 ‘카드결제기 사업 관리규정 없어 사고 무방비’ 기사를 내보냈다. 일주일 추가보충 취재를 한 뒤 10월26일 ‘카드결제기 업체출혈경쟁에 뒷돈(리베이트)’을 내보냈다. 두 기사가 나가자 추가제보가 들어왔다. 제보는 대부분 익명이었다. 자신이 밝혀질 경우 관련업체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것을 우려해서였다.

대형가맹점인 모 편의점과 대기업이 계열사인 모 카드결제사업자간 계약서를 확보했다. 7년간 400억원이 넘는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도(11월1일)했다. 계속된 보도에 금융당국과 공정위는 카드결제사업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카드결제사업자 기사는 세 달에 걸쳐 총 12회를 보도했다.

카드결제업계 문제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처음에는 취재방향을 잡기가 어려웠다. 이 사람 말을 들으면 이 사람 말이 맞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저 사람 말이 맞았다. 사안을 단순하게 보기로 했다. 대기업들 간에 오가는 리베이트를 주목했다. 엄청난 리베이트는 결국 중소상인들의 가맹점 수수료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됐다.

어쩌면 1회성 기사로 끝날 수 있었던 기사가 계속해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데스크의 의지가 컸다. 단 한 번도 이 기사로 인해 기자상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업계의 문제가 확연히 보였고, 이를 충실히 지면화한 것으로 나는 만족했다. 그런데도 큰 상을 준 기자협회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내가 더 이상 사업을 하지 않아도 좋으니 업계의 썩은 부분은 도려내자”며 계속 제보를 해준 선의의 제보자들에게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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