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인 이사장, 정권실세 금품로비 의혹

제257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한국일보 김영화 기자


   
 
  ▲ 한국일보 김영화 기자  
 
김학인 한국방송예술진흥원(이하 한예진) 이사장은 일반인에게 낯선 이름이다. 얼마 전까지 EBS 이사로 재직했지만 신문 지상에 이름을 올리는 저명인사 급은 아니었다.

기자가 처음 김 이사장 관련 제보를 받을 때만 해도 사정은 비슷했다. 등록금을 빼돌린 사학 비리의 전형 정도로 생각했지,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몰고 올 권력형 비리의 도화선이 될 거라고는 짐작조차 못했다. 그저 학력과 경력이 부족했던 김 이사장이 EBS 이사로 천거된 것은 정치권의 힘이 작용하지 않았겠느냐는 막연한 의문에서 취재에 착수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달랐다. 김 이사장은 현 정권 초기 권력 실세의 측근들과 어울려 다니며 권력의 이면을 장식한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정권 초에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권력형 비리의 끄트머리가 잠시나마 수면 위에 드러난 것으로 보였다.

곪을 대로 곪은 상처는 살짝만 건드려도 터진다는 말이 실감이 났다. 한국일보가 권력 실세를 상대로 한 EBS 선임 로비 의혹을 보도하자 타사들이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채널 배당과 관련한 골프 회원권과 법인카드 수수 의혹 △차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할당 관련 거액 수수 의혹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돈 봉투 전달 의혹 등을 연속으로 터트렸다. 어떤 보도는 한국일보 보도보다 충실하고 파괴력이 큰 경우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일보가 권력형 게이트의 세계로 나가는 문의 빗장을 풀었다는 평가를 받은 것 같다.

취재 과정에도 운이 많이 따랐다. 때마침 검찰도 한국일보 보도 이전부터 김 이사장의 정치권 실세 로비 의혹에 대해 은밀히 내사를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일보가 자신있게 의혹 제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검찰 수사가 굴러가고 있는 만큼 진실 규명은 시간 문제라는 판단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EBS 이사 선임 로비와 관련한 결정적 증언도 의외로 쉽게 확보됐다. 김 이사장의 복잡한 여자관계가 도움이 됐다. 과거 김 이사장과 사실혼 관계에 있다가 지금은 헤어진 한 여성의 모친은 현재 유명한 종교인이다. 그는 딸을 버린 옛 사위의 행적을 한국일보 취재팀에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현재 이 사건은 중심축이 김학인 개인 비리에서 권력 실세의 비리 의혹으로 옮겨가고 있다. 김 이사장이 18대 총선 전에 또 다른 권력 실세인 이상득 의원 측에 공천헌금 명목으로 현금 2억원을 전달한 혐의에 대해서도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검 중수부가 김 이사장의 별건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로비 의혹의 핵심 주인공이 해외에 머물고 있고 김 이사장이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 진실규명 작업은 아직 ‘현재 진행형’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한국일보가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정권 말이라는 시대 상황에 힘 입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기자협회의 판단에 누가 되지 않도록 진실 규명을 위한 후속 취재에 매진할 것을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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