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 유해물질 범벅
제25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 / TBC대구방송 박철희 기자
TBC대구방송 박철희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2.08 15:4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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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C대구방송 박철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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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 살지 않는 이들에게 비료는 참 먼 이야기다. 어떤 비료를 어떻게 뿌리는지 본 적도 없고 도무지 감감할 뿐이다. 하지만 의외로 가까운 데 있는 게 비료다. 농민들은 농작물에 비료를 뿌리면서 이를 들이마시고 비료성분을 담은 농작물은 도시민이 먹는다.
국내 비료시장 규모는 친환경 유기농 비료까지 합쳐 연 2조~3조원대로 추정된다. ‘친환경 비료 지원’ 명목으로 혈세도 연간 수천억 원이 투입된다. 우리나라는 2기작 이상 농업형태가 많아 외국에 비해 비료사용도 훨씬 많다. 비료에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는 건 명백히 두메산골만의 환경문제가 아니다.
제보가 접수된 건 지난해 5월, 비료를 뿌리고 나면 피부가 항상 가렵다는 내용이었다. 유해물질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였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니었지만 수많은 비료가 농지에 뿌려지는 데 비해 관련보도는 거의 없었던 점을 감안해 해볼 만한 취재라고 판단했다.
기초 자료조사를 하던 중 눈이 번쩍 띄었다. 일부 비료의 원료 가운데 사문석이 섞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 포스코에서 석면이 검출된 사문석을 제조 공정에 쓰다가 문제가 됐던 기억이 났다. 당시 담당은 아니었지만 사문석에서 석면이 나오는 걸 알게 됐고 결국 비료서도 석면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년간의 취재는 이렇게 시작됐다.
석면과 중금속에 방사능까지, 들이대는 항목마다 문제가 되지 않는 게 없었다. 당국의 비료 관리가 이렇게 허술하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 일부 ‘유해비료’는 국비가 투입돼 개발됐고 지자체가 보조금을 줘가며 보급하기도 했다.
국민 건강과 밀접한 비료가 보건의료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건 농업과 농민을 가벼이 여겨온 정부의 시각과 무관치 않다. 농가에 공짜로 준다는 혹은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시혜성’이 있을 뿐 ‘유해성’은 안중에도 없었다.
농민들은 정부를 믿었다고 했다. 작물의 보약이고 정부가 주는 거니까 건강에 해를 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스크나 장갑도 없이 뿌리는 경우도 상당수였다. 뒤늦게 정부는 증산에만 초점을 맞춰온 비료법에 대해 보건 개념을 넣어 50년 만에 전면개정하기로 했다. 농민들 사이에서도 비료가 더 이상 영양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함께 수상한 최상보, 이상호 기자, 그리고 큰 상을 주신 심사위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