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군수와 후보들, 브로커에 줄줄이 '노예각서'

제256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CBS전북 임상훈 기자


   
 
  ▲ CBS전북 임상훈 기자  
 
1995년 민선자치가 시작된 이래 전북 임실군은 3명의 후보(재선 포함)가 비리혐의에 연루돼 내리 낙마했다. 또 현 군수 역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군수가 됐다 하면 법정에 서게 됐고 직을 잃게 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취재의 시작은 ‘왜 임실군이 군수의 무덤이 됐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사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었다. 이른바 ‘임실오적(任實五賊)’이라는 브로커 세력이 불명예스러운 상황의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 부정의 고리를 들춰내지는 못했다.

주도면밀하게 군정을 농락한 브로커세력이 자신들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선택한 것은 ‘각서’였다. 군수와 후보자들을 상대로 모사를 꾸미는 대가로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는다는 각서를 관례처럼 받았다.
이 각서들이 자신을 옭아매는 꼬리가 됐고 취재진에는 얽히고설킨 비리의 실타래를 끊어내는 쾌도난마의 단초가 됐다.

2005년께 민선 4기 김진억 전 임실군수는 브로커에게 공사를 주는 대신 수억 원의 뇌물을 받는다는 각서를 써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이 혐의를 입증할 증언을 한 브로커는 검찰 수사에서와 달리 법정에서는 김 전 군수에게 유리하게 말을 바꿨다.

취재진이 새롭게 발견한 첫 각서는 바로 이 진술번복을 대가로 또 다른 공사 수주를 보장해준다며 김 전 군수 측이 브로커에게 써준 내용이었다. 이후 집요한 취재가 시작됐다. 김 전 군수의 낙마가 예상되면서 예비후보들이 난립했고, 이 과정에서 브로커세력은 대부분의 예비후보자에게 ‘선거를 도와줄 테니 군수에 당선되면 비서실장과 인사권 및 사업권 40%를 보장한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받아냈다.

그리고 충격적인 것은 현 강완묵 임실군수 역시 2007년 예비후보시절 브로커세력에게 이같은 각서를 써줬다는 사실이었다.

최초 보도 이래 새로운 비리를 들춰내는 10여 차례에 걸친 보도로 검찰 수사를 이끌어냈고, 임실 시민사회도 각성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임실군민의 한탄소리가 하늘에 닿아요.”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군민의 아픈 소리. 이번 보도가 임실군민의 공통된 아픔을 풀어낼 수 있는 단초가 됐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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