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가 아프다

제256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 /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지난해 10월 부산에서 한 중학생이 A4용지 네 장짜리 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아이는 유서에 좋은 성적만 강요하는 대한민국의 교육이 잘못됐다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줄에 “곰인형과 아이팟을 함께 묻어주세요”라고 부탁했습니다.

지금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10대들 역시 이 아이와 똑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달 이상의 기획회의가 반복됐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답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자들 대부분이 이미 30대인 상황에서 10대를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0대를 ‘겪었’지만 기사는 ‘10대를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미 10대와 관련된 보도는 조금씩 타 매체를 통해서도 많이 나온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특별취재팀이 내린 결론은 ‘무조건 많이 듣자’였습니다. 날것 그대로의 상태. 아이들이 비속어를 쓰면 비속어를 쓰는 대로 최소한으로 거르고 기자의 개입 없이 아이들 속내를 그대로 파헤쳐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취재가 쉽지 않았습니다. 단 몇 줄짜리의 속내를 듣기 위해서는 몇 시간의 취재가 필요했습니다. 그렇게 전 취재팀이 한 달 넘게 서울 전역의 100명 이상의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학교 앞에서 쫓겨나기 일쑤였고, 비행청소년을 만나기 위해서는 잠복취재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아무런 덧붙임 없이 들어주는 어른을 처음 만난 아이들은 점차 마음을 열어갔습니다.

그렇게 밤낮없이 한 취재를 통해 특별취재팀은 10대들이 갖고 있는 고민인 자신의 연애담, 성적, 친구문제, 부모님과의 갈등 등 30대 어른들은 생각하지도 못한 ‘그들만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보람된 일들도 많았습니다. 부모와 갈등을 빚고 있는 아이를 발견, 부모와 함께 상담을 받게 함으로써 어머니가 갖고 있던 잘못된 훈육방식을 바꿀 수 있었습니다. 또 학업을 포기하고 가출한 아이들이 기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직접 제 발로 검정고시학원을 등록하는 성과도 이뤘습니다.

경향신문의 이번 기획보도로 ‘10대가 아프다’는 말이 정언명제가 되지 않는 날이 오길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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