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있었다

제256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 한겨레21 하어영 기자


   
 
  ▲ 한겨레21 하어영 기자  
 
지난해 10월26일 선관위 사이버 테러가 있던 날, “디도스 공격이 아니라 공당에 의한 선거제도를 관리하는 국가기관에 대한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기억이 납니다. 디도스 공격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날 수 없을까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20대 비서가 기획한 디도스 공격이라는 상식과 배치되는 결론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디도스 공격이라는 주제 앞에 섰습니다. 그 ‘팩트’에서 출발해보기로 했습니다. 그것이 기자라고 배웠습니다. 합리적 의심은 고민의 시작일 뿐 보도의 시작은 팩트입니다. 대신 결심했습니다. ‘디도스라고 쓰인 기사가 사이버테러라 읽힐 수 있도록 하겠다.’

취재에 나섰고, 미궁을 헤맨 것이 한 달입니다. 한 달여가 지난 시점에서 사정당국 고위 관계자로부터 청와대가 경찰과 교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그 말에서 워터게이트 사건을 떠올린 건 당연지사입니다. 당시 20대 비서의 단독범행이라고 알려진 사건에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개입했다는 팩트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그 파장을 짐작하기 어려웠습니다.

그 팩트를 좇는 과정에서 돈거래 정황이 감춰진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어느 모로 보나 명백한 돈거래를 경찰이 덮고 지나갔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믿기 어려웠습니다. ‘그럴 리 없다’는 의심에서 복수의 관계자에게 거듭 확인을 거쳤습니다.

그리고 한겨레 21 표지이야기 ‘선관위 디도스 공격 ‘금전거래’ 있었다’가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경찰은 당일 브리핑을 통해 금전거래 사실이 있었다는 팩트를 곧바로 확인했습니다. 경찰청장과 청와대 한 고위 관계자는 두 차례 전화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그 뒤로도 경찰과 청와대의 교감이 있었다는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한나라당은 비상대책위를 꾸렸고, 야당은 특검을 제안했습니다.

또 한 달이 흘렀습니다. 취재는 계속됩니다. 두 발은 팩트라는 단단한 땅에 딛고 있어 두렵지 않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저 너머의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이 가득합니다. ‘가파른 험한 길을 힘들여 기어 올라가는 노고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만이 빛나는 정상에 도달할 가망이 있다’는 경구를 가슴에 새깁니다.

취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한겨레 21 이제훈 편집장을 포함한 한겨레신문 동료들에게 영광을 돌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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