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량미달 사장 오면 사상 최대 투쟁 벌어질 겁니다"
이창구 서울신문 신임 노조위원장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2.01.11 15: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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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구 노조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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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사장 선임은 모두 실패했다고 봅니다. 언론인 출신, 기업인이 두 축을 이뤘는데 서울신문의 경영과 논조,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함량미달의 낙하산 사장이 온다면 서울신문 역사상 사상 최대의 투쟁이 벌어질 겁니다.”
서울신문이 오는 3월 새 사장선임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창구 신임 노조위원장은 6일 “선임 과정이 투명하게 이뤄지는지 두 눈 부릅뜨고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00년 소유구조 개편으로 민영화 한 서울신문은 주주 대표 4인이 모여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사장을 선임해 왔다. 1대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이 39.0%, 기획재정부가 30.5%, 포스코 19.4%, KBS 8.1%로 지분이 구성돼 있다. 이 때문에 전임 사장들의 ‘실패’에 대해 “내부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신문은 최근 2년 동안 20명에 가까운 기자들이 타 신문사와 종편으로 이적하는 등 인력유출을 빚고 있다. 이 위원장은 “편집국 간부들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책임이 크다”며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매일 내는 지면에서 희망을 줘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력유출의 문제를 “간부들과 평기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의 실패”라고 지적하며 “쓰고 싶은 기사가 어떤 이유에서 반영이 되지 않아 실망해 나가는 기자들을 돈 때문에 나간다며 창피하게 만들어 버렸다. 사태의 본질을 잘못 보고 책임을 회피한 행태”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MB정부 들어 서울신문이 우경화가 됐습니다. 기사를 안 썼죠. 실정이 많은데 이에 대해 자꾸 파헤치고 기사를 써 봐야 실력이 늡니다. 정권 말기에 들어 모두들 비판 기사를 쏟아낼 때 정작 서울신문은 실력이 없어서 따라가질 못하는 상황이 될까 우려스럽습니다.”
이 위원장은 “정치권력이든 시장권력이든 권력에 붙어서 맞서 싸워야 된다”는 기자정신을 강조하며 “스스로 포기하게 되면 기자가 직장인, 생활인으로 전락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1월, 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서울신문의 ‘민간인 사찰, 민정수석실 보고 확인’ 단독 보도 이야기를 꺼냈다.
이 위원장은 “이게 서울신문 기사인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우리가 사회면에서 쓰고 타사는 다음날 1면 톱으로 썼다”며 “이런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에 서울신문의 이름이 독자에게 각인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지면 비판의 날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유명무실했던 지면개선위원회를 복원하고, 노보를 통해 공개하겠다”며 “서울신문이 원래 이런 신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건강한 독수리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게 회사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총선·대선 등 권력 격변기 속에 서울신문이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지면을 감시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리드하는 지면개선위원회가 될 겁니다.”
그는 “최근 젊은 조합원들 위주로 가입이 줄을 이을 정도로 노조에 대한 기대감이 많은 게 희망적”이라며 “부담감이 크지만 조합원들의 열망을 모은 구심점이 노조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