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뉴스 정상 아냐…싸워서 변화시키겠다"

김현석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 당선자


   
 
  ▲ 김현석 당선자  
 
김현석 기자가 97%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신임 위원장에 당선됐다. 김 위원장 당선자는 내년 1월1일 2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현재 새 집행부 구성을 마무리 중인 김 당선자는 1월 고대영 보도본부장에 대한 신임 투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그는 “(새 집행부) 첫 사업이 보도본부장 신임 투표여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고 본부장 신임 투표는 “특보사장의 방송장악에 대한 심판”의 시작이다. 그는 “열심히 싸우라고 뽑아준 만큼, 내년 한 해는 숨만 쉬고 싸우겠다”고 힘찬 각오를 밝혔다.

김현석 기자는 지난 2008년 KBS 사원행동 공동대표로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 및 이병순 사장 선임 반대 투쟁을 이끌었다가 ‘파면’이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았다. 재심 끝에 정직 처분을 받고 복귀한 뒤에는 춘천방송총국으로 보내져 ‘보복인사’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지난 11월1일, 1년 10개월 만에 본사로 돌아온 그의 첫 마디는 “회사가 너무 조용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4년 동안 싸우다보니 다들 지쳐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뉴스를 보면 그냥 주어진 것만 할 뿐 더 이상 나오질 않는다. 선관위 디도스 사건도 경찰 발표만 요약해서 전하고, 내곡동 사저 현장에도 가보질 않는다. 아무도 하겠다고 나서지도 않고, 위에서도 하라고 하지 않는다. 자포자기하는 분위기다. 그래서 내가 좀 떠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뉴스가 정상이 아니라고 투덜대기라도 해야겠다는 거다.”

새 집행부의 활동 역시 당연히 보도 및 프로그램 정상화에 역량이 모아질 전망이다. 그는 “내년 1월부터 뉴스와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보도본부장 신임 투표를 기점으로 변화를 촉발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관심을 두는 것은 ‘체질 개선’이다. 그는 “KBS가 정권 교체나 지도부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질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뀌고 뉴스와 프로그램이 바뀌는 건 의미가 없다. 억압이 살아 있을 때 바꿔내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억압이 와도 견딜 내성이 생긴다. 억압이 살아 있을 때 KBS 저널리즘의 지향을 고민하고 그 힘으로 체질을 바꾼다면 정권이나 사장 교체에도 흔들리지 않는 저널리즘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다.”

그는 “기자들에게도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편집회의에서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하고 발제하고, 그렇게 회사의 게이트키핑을 통과해 나가는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저쪽(사측)의 통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내년에는 억압이 줄어들 것”이라며 “좀 더 치고 나가면 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의 임기는 2년. 김인규 사장의 임기는 이제 1년 남짓 남았다. 그는 임기 중에 KBS 사장 선임 논의와 맞닥뜨려야 한다. 김인규 사장에 대한 평가 작업은 그래서 중요하다. “정권으로부터 KBS를 지키러 왔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던 김인규 사장은 지난 2년간 ‘특보 사장’과 ‘방송 장악’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수신료 인상 약속도 결국 지키지 못했다. 김 위원장 당선자는 “기대에 전혀 못 미치는 성적표를 냈기 때문에 사장에 대한 간부들의 충성도도 많이 떨어졌고, 조직원들의 민심도 떠났다”고 평가했다.

새 집행부는 보도본부장 신임투표가 끝나는 대로 김인규 사장에 대한 신임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존 노조에도 보도본부장에 이어 김 사장 신임투표 공동 진행을 제안한 상태다. 이것이 당장 기존 노조와의 통합과 연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 당선자는 “통합은 일단 힘들다”고 선을 그으며 “기존노조가 언론노조와의 앙금을 다 잊고 재가입하는 것이 (통합을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만 싸움을 위한 연대의 폭은 넓혀갈 계획이다. 그는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싸우는 게 필요하다”며 “당장 집을 합치진 못하더라도 김인규 사장 심판을 위해 신임투표부터 최대한 제안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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