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후보추천제·정수재단 환원이 편집권 독립 핵심"

'편집권 독립운동' 이끄는 이호진 부산일보 노조위원장


   
 
  ▲ 부산일보 이호진 노조위원장  
 
부산일보 구성원들은 전에 없이 뭉쳐 있다. 신문사에서 보통 소통이 쉽지않은 편집국과 비편집국이 따로 없고, 평기자와 간부급 기자가 따로 없다. 사장이 신문발행을 중단하자 기자들과 윤전국 직원들이 함께 윤전기를 돌렸고, 노조위원장이 징계위에 회부되자 편집국장이 공개적으로 사장을 비판했다. 모두 편집권을 지키고, 신문을 찍어내고, 동료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해고가 된 극한 상황에서도 부산일보의 ‘편집권 독립 운동’을 이끌고 있는 이호진 노조위원장은 “조합원들이 꾸준히 싸움을 준비한 것도 있지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데 더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사측의 계속된 무리수였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한국 언론사에서 노조가 윤전기를 세운 적은 있어도 사장이 윤전기를 세운 일은 드물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부산일보가 가진 문제가 무엇이며, 또 어떻게 해결해야하는지를 함께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사장은 재단이 임명했기 때문에 재단을 비판하는 기사를 막으려고 신문발행을 중단했다. 그에게 독자는 보이지 않았다”며 “대신 편집국 구성원들은 신문사를 소유한 재단과 사장을 포함해 비판에 성역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는 “부산일보가 다른 신문과 다른 점이고, 편집권이 독립돼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평기자부터 편집국장까지 단결해 편집권 침해에 맞서는 모습 역시 흔치 않다. 이는 부산일보 특유의 제도와 문화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부산일보는 1988년 노조 설립 당시 편집국장 3인 추천제를 도입한 이래 이후 22명의 편집국장을 모두 기자들의 손으로 뽑았다. 부산일보 편집국에 뿌리내린 민주주의가 단결의 동력인 셈이다.

이 위원장은 “편집국장을 기자들이 뽑기 때문에 국장이 사장이나 재단이 아닌 기자들을 본다”며 “기자들은 자신이 뽑은 편집국장을 징계에서 지키기 위해 사장에 불복종하고, 사장을 사실상 ‘유령사장’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이같이 편집권이 독립돼있는데 사장까지 사원들이 뽑아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을 법하다. 이 위원장은 편집권 독립의 완성은 ‘사장후보추천체’로 이뤄진다고 역설했다. 기자들이 편집국장을 뽑는다고 편집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편집국장도 재단과 사장의 압력이나 청탁이 계속되면 흔들리고 돌아설 수 있으며 실제로 그런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회고한다. 그는 “재단으로부터 편집권 침해 소지를 막아야 한다”며 “그 방법이 사장 임명 과정에 사원들이 견제장치를 갖는 사장후보추천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편집권 독립 완성을 위한 또 다른 조건은 ‘정수재단의 사회환원’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그는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에게 부산일보 지분을 100% 소유한 정수재단을 사회에 환원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정수재단은 독재시절의 장물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일보가 명실상부하게 시민의 소유가 돼야 공정보도와 언론의 사명을 다할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박 의원이 대권에 도전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못박았다.

“정수재단은 이름에서도 드러나듯 박근혜 의원에게는 독재시절의 향수이자 추억일 것이다. 대통령에 출마할 뜻이라면 독재에 대한 뼈를 깎는 속죄를 해야 하고, 그 출발은 정수재단의 실질적 사회환원이다. 자신이 임명한 이사장을 물러나게 해 정수재단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첫 관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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