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 실천한 시대정신 계승…할 말은 하겠다"

[종편4사 보도본부장 릴레이 인터뷰] JTBC 이하경 보도본부장

12월1일 개국을 앞둔 종편사 보도본부는 전쟁터다. 시험방송을 하고 시스템을 점검하느라 정신이 없다. 새벽밥 먹고 출근해 자정을 넘겨 퇴근하는 게 다반사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다. 일주일 후면 종편 뉴스가 베일을 벗는다. 새로운 뉴스에 대한 기대와 준비 미흡으로 인한 우려가 공존한다. 기자협회보는 종편4사 보도본부장 연쇄인터뷰를 통해 종편의 보도전략 등을 들어봤다.



   
 
  ▲ JTBC 이하경 보도본부장  
 
밤 10시 메인뉴스, 드라마 정면승부
중앙 기자 뉴스 출연 등 협업 극대화
신뢰받는 뉴스로 깊이·유용성 차별


이하경 JTBC 보도본부장은 김대중 납치사건 얘기를 꺼냈다. 인터뷰가 시작된 직후였다. 1973년 중앙정보부에 의해 일본 도쿄에서 납치됐다가 동교동으로 생환한 김대중씨의 기자회견을 TBC가 단독 생중계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용기 있게 시시비비를 가리고 할 말은 분명히 했던 TBC의 전통을 계승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못 믿는 정보가 너무 많다. 신뢰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겠다”고 다짐했다. 인터뷰는 지난 17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사옥 JTBC 보도본부장실에서 이뤄졌다.

-JTBC 초대 보도본부장 소감은.
“31년 만에 방송을 되찾았다. 기적처럼 찾아온 우연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사실은 역사의 필연이고 사필귀정이다. 과거 TBC는 예능과 드라마 못지않게 보도에서도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김대중씨의 기자회견을 정보기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단독으로 생중계했고, 1979년 YH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하다가 당시 보도국장이 해임됐다. 정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TBC 보도의 전통을 계승해서 시대정신을 구현하고 한국사회 합리성의 수준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다.”

-JTBC 보도의 강점은, 타 종편과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두면서 깊이와 유용성으로 차별화하겠다. 시청자가 공감하는 뉴스를 만들겠다. 잘못된 보도에 대해서는 즉시 솔직하게 인정하고 바로잡을 생각이다. 외부 인사로 자문단을 꾸려 공정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뉴스정정 코너도 두겠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도 있다. 속보보다는 이슈와 어젠다(의제) 중심으로 뉴스를 만들겠다. 메인뉴스는 천편일률적인 1분30초짜리 리포트가 아니라 중점 뉴스 중심으로 간다. 실력과 통찰력이 있는 외부 전문가를 리포트에 참여시키겠다. 쉽고 재미있는 뉴스를 위해 뉴스PD를 중심으로 새로운 뉴스 포맷도 개발했다.”

-보도본부 인원, 조직은.
“기자와 뉴스 PD 등을 합해 120명 정도다. 카메라 취재와 영상편집, 그래픽 디자인 등 보조인력 등을 제외한 숫자다. 본부장 산하에 보도국장과 8개 부서가 있다.”

-보도 정규 프로그램 라인업은.
“데일리 뉴스는 하루에 5번 내보낸다. 아침 6시(2시간 20분), 오전 12시(10분), 오후 5시 (15분), 밤 10시 메인뉴스(50분), 12시 마감뉴스(10분)다. 주간 프로그램은 탐사기획, 토론, 인터뷰 등이다.”

-메인뉴스가 평일 밤 10시다.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새로운 도전인데 왜 부담감이 없겠나. 10시는 하루의 이슈를 잘 정리할 수 있고 오피니언 리더들이 가장 편안하게 뉴스를 시청할 수 있는 시간이다. 국내 시청자들이 전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포맷과 구성, 차별화된 콘텐츠로 승부하겠다. 속보 중심의 지상파 뉴스와 달리 심층·기획뉴스로 기존 뉴스 시청패턴을 완전히 바꾸도록 하겠다. 밤 10시는 통상 드라마 시간대다. 뉴스 시장이 존재하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JTBC는 새로운 표준을 만들 생각이다. 정면승부하겠다.”

-신문·방송 협업을 착근시킬 복안은.
“이미 다양하고 실질적인 협업방안을 찾았고 적용하고 있다. 특히 아침뉴스에는 문학, 음악, 미술, 영화, 패션, 건강,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앙일보 기자가 직접 출연한다. 탐사팀은 방송과 신문이 아예 같은 공간에서 기획과 취재를 협업할 것이다. 보도본부와 편집국 간에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국장, 부장은 물론이고 기자들끼리 수시로 논의하는 게 일상화됐다. JTBC와 중앙일보가 가장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자신한다.”

-기자실 출입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갈 계획인가.
“현행 기자실 제도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게 너무 폐쇄적이다. 종편 출범을 계기로 이런 문화가 개선됐으면 한다. 정부 부처가 기자실을 늘리면 기존 출입기자들과의 마찰이 최소화될 것이다.”

-JTBC 보도본부와 중앙일보 편집국 간 인사교류는.
“30여 명의 기자들이 보도본부로 왔다. 앞으로는 규모가 작아질 것이다. 꼭 필요한 분야만 소폭으로 상시 교류를 할 생각이다.”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신문사가 방송까지 하면서 독과점이 심화되고 여론 다양성을 해칠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십수년간 신문의 영향력은 급속히 줄고 방송의 영향력은 커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 3사가 보도 시장을 독과점해왔다고 본다. 종편의 등장은 이런 독과점 체제를 완화시킬 것이다. 종편에 대한 오해가 있다. 편향된 보도를 할 것이라는 오해인데 그런 염려는 안해도 된다. 공정하고 치우치지 않는 보도를 할 것이다. 권력이나 힘 있는 세력들을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할 것이다.”

-평생 신문기자로 일하다가 방송으로 옮겼는데.
“신문기자든, 방송기자든 저널리스트로서 본질은 같다고 본다. 기자들에게 중앙일보와 JTBC를 잊어버리라고 주문한다. ‘수식어가 없는 기자’가 되어 보편성의 세계를 추구하는 진짜 저널리즘을 실천하라는 말이다. 그러면 결과적으로 중앙일보와 JTBC의 정체성이 확립되고 가치와 영토가 넓어진다. 기자는 이해관계를 초월해서 세상을 볼 수 있다. 그게 강점이자 특권이다.”

<이하경 보도본부장은>

1985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논설위원, 정책사회부장, 정치부장, 편집국장 직무대리, 전략기획실장, 경영지원실장 등을 지냈다. 시경캡으로 있던 1993년 5월 ‘5·18 진상을 캐다’ 시리즈를 6회 내보냈다. 5·18 관련자를 사법처리 하지 않고 “역사의 평가에 맡기겠다”고 한 김영삼 대통령의 발언에 맞선 국내 언론의 최초 보도였다. 1987년 오대양 집단자살 사건의 배후에 세모가 있다는 사실을 1991년 특종보도했고, 1989년 통일민주당 박재규 의원 정치공작 사건의 전모를 4년여의 추적 끝에 밝혀냈다. 2002년 국회의원의 이념성향을 입체적으로 조사한 ‘의원 노선 대해부’ 시리즈로 그해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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