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비밀의 고리 찾아 드릴게요"
'그림 읽어주는 기자' 코리아중앙데일리 문소영 기자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 입력
2011.09.28 15: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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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리아중앙데일리 문소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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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10년 내공, 명화 이야기 흥미 만발
강연·칼럼 연재…해외서 격려메일 오기도영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에서 10대 소년 마이클은 30대 여인 한나에게 책을 읽어준다. 글을 읽을 줄 몰랐던 한나는 마이클이 낭독한 ‘오디세이’ 등을 통해 삶의 무력감을 떨쳐내고 잠시나마 기쁨을 찾는다. 코리아중앙데일리 문소영 기자는 그림을 읽어준다. 중앙일보가 3월부터 매주 목요일에 연재 중인 ‘명화로 읽는 고전’을 통해서다.
그의 글은 팔팔한 물고기가 바다를 떠돌듯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를 자유자재로 유영한다. 김시습의 금오신화 ‘취유부벽정기(醉遊浮碧亭記)’에서 조선 화가 김홍도의 ‘적벽야범’을 만나고, 박완서 작가의 ‘나목’에서 박수근 화백의 ‘나무와 여인’을 떠올리며, 영국 화가 프랭크 C 카우퍼의 ‘무자비한 미녀’를 보면서 존 키츠의 시를 발견한다.
문 기자의 그림 읽어주기는 2001년 인터넷 포털 다음에 ‘Moon의 미술로 보는 신화와 문학’ 칼럼을 연재하면서 시작됐다. 당시는 기자 2년차로 경제 기사를 취재하고 쓰는 법을 익혀나가던 팍팍한 시기였다. 짬짬이 블로그에 좋아하는 그림을 올리고, 그 그림에 얽힌 사연을 썼다. 운이 좋았는지 블로그가 입소문을 타면서 ‘미술관에서 숨은 신화 찾기’란 책을 냈고 회사 선배는 중앙선데이에 칼럼 연재를 제안했다.
2009년과 2010년 중앙선데이에 ‘문소영 기자의 대중문화 속 명화 코드’, ‘문소영 기자의 명화로 보는 경제사’를 격주로 연재했다. 두 연재물은 코리아중앙데일리에 시차를 두고 연재됐다. 그 때문인지 라파엘로의 그림 ‘시스틴 마돈나’에 대한 글이 나간 뒤 그 그림을 소장하고 있는 독일 드레스덴 구 거장 미술관에서 격려 메일이 날아왔다.
네이버에 블로그 ‘미술관 속 비밀도서관’을 운영 중인 그는 여러 잡지에 미술 칼럼을 연재하고 미술사 관련 강의도 나간다. 듣기 편하고 흥미롭다는 평을 받는다고 한다. 올해 2월에는 ‘명화의 재탄생’을 출간했다. 세 번째 책 ‘명화로 보는 경제사’는 내년 초에 출간 예정이다. 미술사 10년 내공이지만 그는 문화부 이력이 많은 기자는 아니다. 기자생활 11년 동안 줄곧 경제부에서 일했다. 학부와 대학원 전공도 경제학이다. 지난해 문화생활스포츠부장을 맡으면서 문화부와 첫 인연을 맺었다. 지금은 기사 데스킹을 하면서 미술 쪽 기사를 쓰고 있다.
문 기자가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부모님의 영향이 적지 않았다. 아버지는 해외출장을 다녀오시면 종종 화집을 사오셨고, 어머니의 손거울 뒷면에는 알폰스 무하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집에 걸린 달력그림도 명화였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그림과 친해지면서 ‘이 그림에는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호기심을 가졌다. 독서 등을 통해 스토리를 알아가자 그림들은 벅찬 희열로 다가왔다.
그의 표현대로 “그냥 즐거운 유희”였던 그림 읽어주기는 진화를 거듭했다. 그리스 신화와 성서 이야기를 다룬 그림에서 영화, 광고 등 대중문화로 재탄생한 명화를 거쳐 경제사의 한 장면을 지나 고전에 이르렀다.
그는 “글 쓰는 게 운명인 것 같다”고 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그나마 가장 잘하는 일이었는데 유학 준비를 하면서 한 아르바이트가 기자의 길로 이끌었고 일생의 업이 됐기 때문이다. “미술과 문학, 철학 등에 존재하는 비밀의 고리를 찾고 싶어요. 그 연결고리를 찾았을 때 짜릿한 기쁨을 사람들과 공유할 겁니다.” 그는 다음에 무슨 그림을 읽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