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공시지가, 구멍가게 10분의 1
제25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 TBC대구방송 박철희 기자
TBC대구방송 박철희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9.21 15: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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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BC대구방송 박철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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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람들은 보수적이다. 좋게 말해 점잖하고 수줍음도 많다. 대구 지역 방송기자들은 잘 안다. 인터뷰는 물론이고 얼굴 한 컷 찍히는 것조차 꺼린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방송기간 내내 시장 상인도, 도심 행인도, 방송국에 전화 주신 이름 모를 시민들도 너나없이 행정당국을 성토했다.
어떻게 대구 최대 백화점의 공시지가가 주변 구멍가게의 10분의 1에 불과하냐며 마이크 앞에서 거침이 없었고 취재진에 격려도 아끼지 않았다.
취재를 시작할 당시 터무니없는 롯데백화점 공시지가에 대한 담당 공무원과 감정평가사의 답변은 냉랭했다. 철도용지인 대구역 부지에 들어섰기 때문에 공시지가가 낮은 것도, 비교표준지가 자연녹지지역에 있는 것도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조세불균형의 극치였다. 한 해 수천억 원 매출을 올리고도 지방세를 쥐꼬리만큼 내는 호화 백화점과 대형마트 입점 이후 상권이 몰락했지만 자꾸만 오르는 공시지가 탓에 세금 내기가 힘겨운 영세상인들, 조세행정의 뿌리인 공시지가는 땅 위의 현실과는 거꾸로 가고 있었다.
대구지역 다른 대형 상업시설들도 마찬가지였다. 공시지가는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고 주변 필지들보다 턱없이 낮은 경우가 허다했다. 결국 불공정한 조세행정에 분노한 민심이 마그마가 되어 이번 공시지가 연속보도를 분출시켰다고 생각한다.
해당 자치단체들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공시지가를 최고 13배까지 올리고 대구시가 대형 상업용 건물에 대한 공시지가 관리시스템을 마련한 것도 성난 민심이 이끌어낸 반향이다. 그러나 거창한 시스템보다 우선하는 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상식에 기초한 공시지가 산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공시지가 취재가 처음이었고 복잡한 내용을 시청자에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대형마트 주변만 지나가도 그 일대 공시지가가 얼마인지 머릿속에 훤하게 떠오를 정도가 됐고 비교대상이 됐던 수도권 민자역사 부근도 마찬가지다.
TBC 대구방송은 지난 2006년 이후 공시지가 관련보도를 지속적으로 해왔고 이런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됐다. 아직 공시지가와 관련해 다뤄야 할 부분이 많다. 이번 보도는 시작일 뿐이다.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동료들과 수상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들께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