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학부모가 수능 출제

제251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 / KBS 박태서 기자


   
 
  ▲ KBS 박태서 기자  
 
특종을 ‘운칠기삼’이라고 하나요. 이번 ‘수험생 학부모가 수능시험출제’ 보도가 꼭 그랬습니다.
문제의 취재원을 만난 것은 별 생각 없이 한 끼 때우러 간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그날, 낮술깨나 들어간 뒤에 들은 한 마디, “수능시험 출제위원 가운데 수험생 학부모가 끼여 있는 것 같다”가 이 정도의 파문을 불러올 줄은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사건데스크를 포함해 17년간의 폭넓은 취재 경험을 통해 직감적으로 ‘뭔가 있고 이거 얘기가 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용 취재망을 총동원했습니다. 사흘 만에 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 과정에서 문제의 사실, 출제위원 가운데 수험생 학부모가 상당수 끼여 있다는 사실이 적발됐음을 확인했습니다. 교육부와 감사원을 출입하는 유광석, 송영석 두 후배들에게도 보강 취재를 요청했습니다. “수험생 자녀를 둔 적이 없다”며 출제요원들이 거짓 서약서까지 썼다는 충격적 사실을 확인했고, 나아가 이들을 통해 문제 유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증언도 확보했습니다.

7월 18일, 9시 뉴스가 방송되기 직전까지 뉴스큐시트에는 리포트 제목도 붙지 않았습니다. 보안유지가 필요하다는 정치부장과 편집진의 판단 때문이었다고 했습니다. ‘단독취재’라는 타이틀을 달고 9시 뉴스 맨 첫 번째, 두 번째 꼭지로 연달아 나갔습니다. 70만 수험생과 가족, 친인척, 입시관계 분야 종사자 등 전 국민적인 관심사인 수능시험, 그 출제요원들의 부정한 행위를 다룬 뉴스인 만큼 반향은 컸고 울림은 길었습니다.

교육부가 진상파악에 나섰고 교육과정평가원에는 비난의 화살이 빗발쳤습니다. 출제위원에 선정되면 학원 강사 선정 등 금전적 보상이 따른다는 등의 후속보도가 이어졌고, 이어 출제요원 관리를 근본적으로 손질하고 문제은행화를 통해 수능출제방식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교육부 대책도 나왔습니다.

방송이 나간 뒤 교육과정평가원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평가원 직원들의 비리와 교육방송 EBS의 교재관리 부실 등이 초점이었고, 출제위원 분야는 중점 감사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수험생 학부모가 수능출제위원’ 파문이 자칫 평범한 기사로 묻힐 수도 있었다는 것이지요. 보람이 컸습니다. 취재부터 방송까지 전폭적으로 믿고 맡겨준 이강덕 부장과 김환주 반장, 취재지시를 역시 믿고 따라준 유광석, 송영석 후배기자에게 공을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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