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학부모가 수능 출제' 교과부·해당위원 비양심적 작태 고발
제251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 / 이성춘 한국기자협회 고문
이성춘 한국기자협회 고문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9.21 15:19:24
|
 |
|
|
|
▲ 이성춘 한국기자협회 고문 |
|
|
대구일보 ‘국우터널 무료화’ 언론의 공익수호책임 수행 ‘호평’지난해 한 언론관계 간담회에서 기자협회의 기자상 선정이 잠시 화제가 됐다. 몇몇 인사가 “기협은 이달의 기자상을 고무줄식 선정방식에서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격려를 위한 상인 만큼 질과 수준에 관계없이 각 분야별로 1~2건씩 반드시 선정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필자는 반론을 폈다. 상이란 우수작을 뽑았을 때 상의 권위가 높아지고 수상자도 보람과 긍지를 느끼게 되는 것이므로 우수작이 없을 때는 선정하지 말아야 한다. 매달 배급식으로 무조건 1~2건을 시상할 경우 상의 권위와 무게는 추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이 지난달 5건에서 이달에는 10건으로 늘어나면서 당시의 간담회가 떠올랐다. 이달에는 9개 부문에 60건이 신청된 가운데 21건이 예선을 통과했고 이 중에서 10건이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신청건수가 많아졌다는 것은 날로 다양화돼 가는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이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뒤섞여 미래를 향해 들끓고 격동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기자들에게는 우수한 기사-특종을 낚을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더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고 하겠다.
취재보도부문에서는 예심을 통과한 4건 중 2건의 방송작품이 선정됐다. KBS의 ‘수험생을 둔 학부모가 수능시험 출제위원이 되고 있다’는 보도는 교과부의 한심한 출제위원 선정과 해당 위원들의 비양심적인 작태를 고발했다.
CBS는 지난번 폭우 때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이 서초구청의 방심 늑장대응과 산림청이 보낸 경고외면에 의한 인재(人災)의 측면이 크다는 점을 낱낱이 파헤쳤다. 아울러 산림청의 책임회피성 경고남발도 당연히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동아일보(신동아부)의 ‘충격고발, 인육캡슐 고발실태’는 중국의 비밀제조 현장까지 취재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한 작품이었으나 투표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소위 사외이사의 문제점에 관해서는 그동안 잇달아 보도됐다. 그런데 이번에 사외이사 운용의 실태를 도표를 가미해 심층적으로 해부한 연합뉴스의 보도는 수작(秀作)으로 평가됐다.
머니투데이가 보도한 ‘아시아나 화물기조종사 사고 수일 전 32억 원 보험가입’ 기사와 지역취재부문에서의 ‘생 낙지 먹고 사망, 질식사인가 살인인가’(인천보도)는 최초보도와 덮일 뻔한 사건을 재심케 한 노력은 인정할만하다. 하지만 블랙박스를 수색 중이고 재수사 중이라는 면에서 전원일치로 심사를 보류키로 했다.
신문·통신기획부문에서는 한겨레신문의 ‘내부고발자를 고발하는 사회’가 결정됐다. 시민단체의 지원 하에 1990년 이후 지금까지 대표적인 공익신고 36건을 전수 조사해 유죄판결 14건에 고발자 45명 중 20명이 파면 해직됐음을 규명했다. 사회정의에 역행하는 한국의 후진적 단면을 고발한 점이 점수를 얻었다.
올 들어 정치권의 복지논쟁이 가열·증폭되면서 전국의 많은 매체들이 복지 관련 기획·특집을 했음은 알려진 대로다. 이번 경향신문은 15부 특별기획 ‘복지국가를 말한다’에서 한국형 복지의 당부(當否)와 문제점 등을 야심적으로 파헤쳤으나 적은 득표로 제외됐다.
SBS는 ‘돈되는 치료만 합니다’라는 특집에서 임플란트 시술을 둘러싼 치과의사 및 치의사 단체들 간의 가격과 시술경쟁, 치의분야의 주도권 다툼을 심층 분석해 방송기획 부문의 상을 획득했다.
10건이 출품되어 4건이 예심을 통과한 지역보도부문에서는 대구일보의 ‘국우터널 무료화 관련’과 경인일보의 ‘되살아난 고속도로 광고판…’이 뽑혔다.
터널통행의 유료화 계약이 만기가 되면 당연히 시민에게 무료혜택을 돌려줘야 한다. 그럼에도 군인공제회 측에 ‘5년간 유료’를 연장해주려는 대구시의 어이없는 무책임성을 낱낱이 밝혀냄으로써 언론의 공익수호책임을 수행한 것이라 하겠다.
경인일보의 ‘되살아난 고속도로 광고판’은 대법원의 불법, 강제철거 판결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난립하는 고속도로변의 광고판 실태와 배경을 파헤쳤다. 특히 행안부, 지자체, 정부기관 및 간교한 업자들 간의 이익고리 연대와 버티기의 실태고발은 다른 지자체 등에도 많은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형백화점의 공시지가가 구멍가게 재래시장의 10분의 1에 불과하여 세제특혜와 세수결함을 방치하고 있음을 지적한 TBC대구방송(지역방송기획부문) 보도는 눈길을 모은 역작이었다. 이 보도로 대구시가 2003년 이래 눈감아 온 대형건물 등에 대한 터무니없이 저렴한 공시지가 특혜(?)를 뒤늦게 적정하게 재조정, 추가 과세에 나선 것은 적지 않은 성과임에 틀림없다. 이달의 기자상 최종심에서 최고점수를 얻었음을 밝혀둔다.
전문보도부문에서 모처럼 8건이 출품되는 열성을 드러냈다. 사진부문에서는 연합뉴스의 ‘몸살 난 국민영웅 김연아’가, 그래픽에서는 역시 연합뉴스의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장 계획’이 입상됐다.
동계 올림픽 유치에 제1의 유공자로 꼽히는 김연아가 인천공항에 도착 후 피로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표정을 잡은 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연합뉴스가 평창 올림픽 경기장 그래픽을 미리 공들여 작성했다가 유치 소식과 함께 전국 언론사들에 서비스한 것은 대표 통신사다운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입체감 있게 그린 그래픽은 수준급 이상이었다는 평이었다. 결선에서 아깝게 제외된 영남일보 사진부의 땀과 열정이 담긴 사진 ‘신천의 조어쟁투(鳥魚爭鬪)’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게릴라식 폭우-장마 무더위가 가고 기자들의 계절인 가을의 문이 열린다. 전국 일선 언론인들의 역동적인 활동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