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의 힘겨운 날갯짓

제250회 이달의 기자상 사진보도부문 / 국민일보 서영희 기자


   
 
  ▲ 국민일보 서영희 기자  
 
지난해 벌의 에이즈라 불리는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의 90% 이상이 폐사했다. 이 병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봄철 이상기온 등에 따른 일조량 부족 등으로 토종벌의 면역력이 약화되면서 지리산 일대의 토종벌 농가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꿀벌의 사라짐에 대해 언론을 비롯한 정부의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찾아온 구제역에 많은 힘을 썼던 탓일까? 꿀벌의 집단폐사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조용했다.

꿀벌의 집단폐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아직까지도 집단폐사의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고 있을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아인슈타인이 “꿀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처럼 가볍게 넘길 문제만은 아니다. 미국은 꿀벌의 집단폐사에 대해 청문회까지 열고 수많은 연구를 하며 대책을 찾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 무관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종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곤충 한 종류가 없어지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꿀벌이 사라지면 농업과 생태계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식물 중 40% 정도가 곤충이 수분(受粉)을 해주는 충매화(蟲媒花)이고, 이 중에 80% 정도를 벌이 담당하고 있다. 벌의 화분(花粉)매개가 없으면 기형과일이 열리거나 농작물 수확량이 급격하게 줄어 과수, 채소, 화훼농업에는 치명적이다. 또한 1천여 종의 다양한 식물군이 분포되어 있는 지리산 일대에는 식물들이 화분매개를 못해 생태계의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고 있어 2차 생태계 파괴까지 우려된다.

그런 꿀벌들이 원인도 모르는 병으로 죽어가며 살아보려고 힘겨운 날갯짓을 하고 있다. 이제 꿀벌들에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할 때다. 더 이상 피해가 안 나오도록 더 많은 관심과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이에 사진기자로서 꿀벌의 입장에서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통해, 꿀벌 집단폐사의 문제점과 꿀벌의 소중함을 부각시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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