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교실, 300일간의 행복실험

제25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방송부문 / TJB 노동현 기자


   
 
  ▲ TJB 노동현 기자  
 
지난 2005년 영국의 소도시 ‘슬라우’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됐습니다. 마을 사람들에게 10가지 행복수칙을 실천하라는 미션을 주고 3개월 이후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본 것인데요. 이 과정들은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라는 이름의 BBC 다큐멘터리를 통해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경기 침체로 우울함에 사로잡혀 있던 사람들이 작은 실천만으로도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겁니다.

‘무지개교실-300일간의 행복실험’은 슬라우의 작은 기적을 농촌 지역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에게 적용해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농사일 등으로 자녀 교육에 무관심한 아버지, 서툰 한국말과 문화 차이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어머니의 모습은 농촌 지역 다문화 가정의 슬픈 자화상입니다.

무지개교실은 다문화 가정 부모님들을 대신해 아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충실한 보모로서, 지역사회(Local Community)의 역할에 주목했습니다. 지역 대학이 다문화 어린이들의 한글교육과 심리치료를 맡고 지역 공부방은 아이들의 생활습관 지도를, 지역기업은 아이들의 체험교육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8월 첫 방영을 시작으로 막을 올린 무지개교실 대장정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지역 대학생들이 과외선생님으로 나서 한글교육을 실시한 결과 한국 학생들에 비해 떨어졌던 다문화 아이들의 한글 이해능력은 20% 이상 향상됐고 장기간 심리 치료를 통해 다문화 아이들의 자존감이 크게 개선됐습니다.

하지만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연속이었습니다. 다문화 부모님들은 본인과 자녀들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렸습니다. 이들을 설득하는 데만 1개월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루아침에 성과가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주 1차례씩 리포트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매주 비슷한 내용을 되풀이한다는 따가운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에도 이 시리즈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끝까지 물심양면으로 아이들의 한글교육은 물론 다문화 가정 부모님들의 설득 작업을 도와주신 중부대학교 한국어학과 최태호 교수님과 심리치료를 맡아주신 배재대 조경덕 교수님, 그리고 금산 도란도란 공부방 정미영 원장님 등 지역사회 구성원 여러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무지개교실의 작은 기적은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무지개교실은 막을 내렸지만 지역사회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농촌지역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부디 무지개교실의 작은 성과가 미래 한국 사회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