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내릴 수 있다
제250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부문 / 중앙일보 강홍준 기자
중앙일보 강홍준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8.24 14: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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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 강홍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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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등록금을 절반으로 깎아준다면 1년 등록금 1천만 원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대환영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간단치 않다. 나머지 금액은 누가 부담해야 할 것인가, 대학인가 아니면 정부인가. 대학 문턱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낸 세금으로 대학 등록금 부담을 줄여주는 것이 타당한 것인가, 애초부터 등록금 1천만 원은 합당한 가격표였는가.
대학 등록금이란 단골 소재를 다룬 취재팀은 이런 질문에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5월 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등록금은 정치성을 띤 사안이 됐다. 그런 만큼 가급적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전국 사립대 1백 곳의 ‘2010 회계연도 결산서’를 찾아 분석하는 작업이 가장 먼저 이뤄졌다. 학생들의 교육비로 써야 할 돈이 적립금으로 넘어간 규모를 추적한 것이다. 감가상각비 이상으로 적립한 대학이 어디이며, 이 돈이 등록금을 낮추는 데 쓰인다면 학생 한 명당 81만 원의 등록금을 낮출 수 있다는 대안을 내놨다.
사학법인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법정부담금(건보료 등)을 학생들이 낸 등록금으로 이뤄지는 교비회계로 메우는 일도 고발했다. 대학에 한 푼도 기여하지 않으면서 군림하는 법인들이 법정부담금만이라도 내준다면 1천3백35억원을 등록금을 깎는 데 쓸 수 있다. 또 대학 측이 등록금 이외의 수입원을 확보해 현재보다 등록금 의존율을 5%포인트 낮추면 5천7백99억 원을 등록금 부담에서 줄일 수 있다는 계산서도 내놨다. 이렇게 대학과 법인이 자구 노력을 하면 현재 등록금의 11%를 줄일 수 있다는 방안을 도출한 것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대학을 지원해 무조건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라는 주장은 무책임하다는 게 취재팀의 일관된 자세였다.
취재팀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부실경영 대학 13곳의 실태를 보도하면서 왜 대학의 자구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실상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정부 부처 간 손발이 안 맞아 한 쪽에서는 부실대학으로 지정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재정을 지원하면서 정부 지원금 1백26억 원이 부실대학 13곳에 나간 사실을 고발했다.
6월 7일부터 18일까지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시리즈에 담긴 대안들은 정부의 대책과 맞물리면서 영향력을 더욱 얻었다. 등록금 산정내역을 분석하겠다는 감사원 감사 발표(10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지식경제부 장관이 만나 부실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 제외 발표(16일), 적립금 규제 법안 통과(22일), 한나라당과 정부의 등록금 당정 대책 발표(23일), 부실대학 퇴출을 위한 대학구조조정위원회 설치 발표(27일) 등 숨 가쁘게 대책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다고 등록금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직 아니다. 단지 시동이 걸렸을 뿐이다.
취재팀은 기자협회의 ‘이달의 기자상’ 수상을 계기로 등록금 문제를 통해 한국 대학 교육의 전반적 문제를 다루는 일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