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에 버려진 175억 예산
제24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부문/부산MBC 조재형 기자
부산MBC 조재형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7.20 14: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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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MBC 조재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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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내렸다 하면 낙동강 곳곳에서 사고소식이 들려온다. 다리와 제방이 붕괴되고 식수 공급이 중단되며 자연이 경고를 시작했지만 올해 말까지 사업을 모두 끝내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변함없다. 4대강 사업은 비판의 목소리에 눈 막고 귀 막고 그렇게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지난 2009년 말 낙동강 사업의 문제점을 보도해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뒤 낙동강 관련 취재는 모두 나의 몫이 되었다. 낙동강 사업과 관련한 많은 제보들이 들어왔고, 언제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낙동강 사업 3공구 현장과 관련한 제보를 듣게 됐다. 낙동강 사업 전 구간에서 유일하게 3공구에서만 발견된 미세점토의 처리와 관련한 제보였다. 175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투입돼 미세점토 처리 공사가 진행 중인데, 막상 미세점토가 없다는 이야기였다. 어찌된 일일까?
그때부터 취재는 시작됐다. 일단 처음 설계 당시 60만㎥라는 미세점토 양이 정확한지 궁금했다. 낙동강 사업본부에 자료를 요구했지만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낙동강의 준설량이 대폭 줄어든 사실이 머리를 스쳤다. 그 당시 준설량을 대폭 줄인 건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는 소문이 돌았었다. 취재과정에서 3공구의 지반조사 보고서를 입수했고, 미세점토 양을 추산해보기로 했다. 그런데 준설구간이 수심 9미터에서 7미터로 줄면서 수심 7미터 구간 이내에는 미세점토가 거의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의혹은 곧 사실로 드러났다. 부산 MBC의 첫 보도 뒤 부산시가 추가 지반 조사를 실시했고,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4대강 사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은 그동안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사실 확인은 쉽지 않다. 아니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엄격한 취재 통제로 기본적인 자료 하나 얻기도 어렵지만 공사 현장 접근도 쉽지 않다. 언론을 통해 의혹이 제기돼도 수사기관은 쉽게 나서질 못한다. 현 정부의 핵심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그 어떤 비판도, 의혹도 허용되지 않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다. 이런 의혹이 단지 의혹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는데 이번 보도는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자부한다.
지난해 낙동강 현장 취재에 나섰을 때 한 환경운동가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강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과 기억을 갖지 못한 사람이 강을 이렇게 훼손하는 거다” 우리의 후손들에게 남겨줘야 할 강의 진정한 모습이 뭘까? 이런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강이 제 모습을 되찾을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