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MRO 중소기업 영역 침해

제249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부문/매일경제 손동우 기자


   
 
  ▲ 매일경제 손동우 기자  
 
“MRO? 그게 뭐예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MRO’에 관한 얘기를 하면 이런 얘기를 할 것이다. LG 서브원, 삼성 아이마켓코리아 등 대기업 소모자재대행(MRO) 업체의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난 3월 말 문구 유통제조업체 관계자들과의 저녁 자리에서 MRO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내 반응도 똑같았다.

매일경제신문의 MRO 기획은 ‘왜 소상공인들이 대기업 MRO에 대해 저렇게 거품을 물까’라는 단순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당시 그들은 대기업 MRO 업체들에 대한 갖가지 불만을 토로했고, 그 중 상당수가 일리 있는 얘기로 들렸다.

다음날 우리는 중소기업부에 공조를 의뢰해 취재를 시작했다. 생각한 것 이상의 부작용들이 속속 나타났다.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MRO 업체들이 거래대상을 외부로 확대하면서 자신들의 영역을 빼앗는다고 울분을 드러냈다. 배송 등 실제 업무는 중소기업이 담당하는데 대기업이 시스템만 깔고 이익을 중간에서 챙긴다는 지적, 대기업들이 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납품가격을 과도하게 깎는다는 불만도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우리는 이런 팩트들을 묶은 후 최근 급성장한 서브원과 아이마켓코리아의 매출 실적을 묶어 ‘대기업, 협력사 동원 MRO 횡포’(4월 6일자)라는 기획기사로 게재했다.

사실 취재과정이 쉽진 않았다. 많은 중소기업 관계자들이 막상 취재에 들어가니 ‘거래 끊길 일 있느냐’며 입을 다물었다. 기사를 작성할 때도 답변에 응해준 취재원을 보호하기 위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했다.
그 이후로 연속 보도가 쭉 나갔고 상황도 바뀌기 시작했다. 삼성 LG 등 대기업 MRO 업체들은 여론이 악화되자 스스로 사업조정을 선택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와 지식경제부 등 정부 부처들도 대기업 MRO 배제를 선언했다. 정부와 국회도 대기업 MRO가 불공정 거래와 부의 대물림에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 압박하고 있다.

얼마 전 매일경제신문이 MRO에 관한 기사를 몇 번이나 썼는지 세어 보았다. 우리의 첫 보도부터 7월 1일자 ‘당·정 일감 몰아주기 및 MRO 대응방안’까지 약 세 달 동안 무려 38개 꼭지였다. 이 상은 우리만이 아니라 한국기자협회가 회사 전체에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시리즈 내내 많은 아이디어를 던지고 방향도 제시했던 김성회 유통경제부장, 끝까지 우리를 격려해준 박재현 편집국장과 편집국 선후배들께도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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