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엽제 매립사건
제24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부문/CBS 권민철 기자
CBS 권민철 기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1.07.20 14: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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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BS 권민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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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수히 많은 정보가 생산되고 또 소비되고 있다. 아이패드 앱을 통해서만도 4천개의 라디오방송과 1천개의 TV 방송을 접할 수 있다. 세계신문협회(WAN) 회원사로 등록된 신문, 통신사만도 1만7천개나 된다. 이들 매체가 생산하는 정보 가운데는 우리에게도 가치 있는 것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2011년 5월 13일에도 그랬다.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피닉스라는 도시에 있는 로컬 TV 방송인 KPHO-TV 방송에 ‘한국에서 근무한 퇴역미군 3명이 고엽제 매립 사건에 호루라기를 불었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그러나 이 뉴스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사그라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6일 뒤인 5월 19일 새벽. 한국 CBS 기자의 페이스북(facebook)에 쪽지가 배달돼 왔다. 미국 LA의 아시아방송국(LA18) 기자로 일하고 있는 친구 홍재식씨였다. ‘한국의 미군 기지에 다량의 고엽제가 묻혀 있다는 방송이 며칠 전 애리조나 주에서 나왔는데 한번 알아보라’는 내용이었다. 새벽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 제보는 곧바로 CBS 워싱턴 특파원에게 전달됐다. 왜 그런 뉴스가 미국방송에 나왔을까 의아함도 있었지만 내용 자체가 워낙 중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CBS 특파원은 즉시 KPHO-TV의 방송내용을 확인해 한국시간 이날 새벽 5시06분 ‘주한미군, 고엽제 대량 매립 주장’ 기사를 한국에 처음 타전했다. 미국 서부에서 건너온 제보가 다시 바다를 건너 미국 동부로 전달되고 다시 태평양을 건너 1보가 배달돼 오기까지 불과 3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으로 사람들 간의 물리적인 거리를 없앤 SNS가 값진 특종을 낚은 것이다.
사실 이번 CBS의 캠프캐럴 사건 연속 특종 보도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든 SNS 취재 기법에 더해 출입처간 벽을 허무는 시도를 하고 있는 CBS 보도국의 실험이 버무려낸 결과이기도하다.
워싱턴 특파원의 1보 이후 우리는 워싱턴과 서울 칠곡을 한데 묶은 뒤 각자의 영역을 뛰어넘는 공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때로는 서울에서 워싱턴과 칠곡을 직접 취재하기도 하고, 때로는 작은 단서를 토스해 큰 그림을 그리도록 서로 밀고 끌었다.
이 같은 협업시스템은 지난봄에 취임한 뒤 “다 잘될 거야”라며 후배들을 다독인 김진오 보도국장의 국정(局政)운영 방침이기도 했다. 우리에게 아직은 낯선 협업방식에 대한 불편함도 없지 않았지만 이렇게 좋은 결실을 맺고 보니 그 방향이 맞았다는 생각이다.